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2021.10.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첫 정식 재판에서 횡령과 리베이트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허경무 부장판사)는 오후 2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홍 전 회장 등 5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홍 전 회장은 녹색 수의를 입고 뒷짐을 진 채 재판정에 들어왔다. 흰색 마스크로 눈 아래 얼굴 부분을 전부 가리고 있었고, 공식석상에서 쓰던 안경은 벗은 상태였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28일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홍 전 회장이 2000년부터 2023년 4월까지 도관 업체 끼워넣기, 현금 리베이트 등으로 남양유업에 171억원의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보고 작년 12월 그를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업체 4곳으로부터 리베이트로 43억원가량을 수수하고, 사촌 동생을 납품업체에 취업시켜 급여(6억원)를 받게 한 혐의도 있다.

홍 전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광고에 개입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홍 전 회장 측은 횡령과 리베이트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만료된 건을 제외한 일부분에 한해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반면 불가리스 관련 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순수하게 연구 결과를 이야기한 것일 뿐, 제품을 홍보할 생각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홍 전 회장이 범행을 저지르던 시기에 사내 법률감사팀을 없앴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양유업 직원 A씨는 “2019년 7월쯤 홍원식이 사내 법률감사 부서를 없앤 것으로 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인수한 뒤 진행한 감사에 참여한 직원이다. 홍 전 회장 배임·횡령 혐의가 드러난 게 이 감사를 통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