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탁을 받고 청탁자에게 유리하도록 승진 보고서를 수정하고, 승진 인사 관련 정보를 청탁자에게 알려준 소방 간부에 대한 정직 3개월 처분은 타당하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래픽=이은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최근 소방 간부 A씨가 소방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 1심에서 A씨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5년 지방소방사로 임용돼 2021년 소방정으로 승진했다. 그는 2019~2021년 행정안전부 장관실 파견 근무 중 당시 중앙 119 구조본부장이었던 B씨로부터 소방정감 승진에 조력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후 A씨는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할 소방정감 승진 후보자 명단을 기존 ‘가나다’ 순서에서 B씨에게 유리한 ‘현 직급(승진일)’ 순서로 고쳤다. 또 이를 본 장관이 B씨 이름에 ‘①‘을 쓰자, 이 사실을 B씨에게 알려줬다. 이밖에도 A씨는 장관에게 ‘다른 사람보다 B씨가 승진 적임자’라고 보고하거나, B씨의 소방정감 인사 검증 기간에 전직 청와대 인사들을 통해 확인한 인사 검증 진행 과정과 경위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에 소방청 소방공무원징계위원회는 2023년 9월 A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위에 “승진 인사에 대한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B와 공유한 것에 대가성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징계위는 B씨가 소방청 차장으로 있을 때 A씨가 3년 11개월 만에 소방령에서 소방정으로 승진한 것이 이례적으로 빠른 것이라며,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정직 3개월’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하자, 법원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의 인사에 일부 관여하고, 그 내용을 B씨에게 공유한 건 맞지만, 사적인 대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대가성으로 승진한 것이 아니라며, “징계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과도한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청탁과 관련성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타인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아 그에 부합하는 내용을 보고하는 것까지 정당한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곧바로 B씨에게 보고하기까지 한 것은 A씨의 개인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을 넘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 행위는 공무원 승진 절차의 공정성을 심하게 해치는 행위로, 이로 인해 공직 기강이 문란하게 된 정도가 비교적 크다”며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기 어렵고, 징계위 처분에는 위법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