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마약사범이 국내로 몰래 들여온 마약 우편물을 세관 공무원들이 영장 없이 확보해 성분을 분석해도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향정)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의 공급책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국제우편물로 필로폰을 밀반입하고 자택 등에서 소지·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인천세관은 A씨가 필로폰을 들여온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해당 우편물을 확보했다. 이후 시료를 채취해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A씨 측은 세관이 압수 수색 영장 없이 범죄 수사를 했으므로 우편물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증거로 쓰일 수 없고, 범죄도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1심은 “(세관의 우편물 확보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관 공무원들이 우편물을 개봉하고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한 행위는 통관을 위한 행정조사이지 범죄 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수입 필로폰 가액이 마약사범의 가중처벌을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500만 원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검찰과 A씨 측은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잇따라 항소했으나 2심에 이어 대법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 임의수사와 영장주의 등으로 인한 채증법칙위반과 증거능력,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