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8일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또 임기 만료 퇴임을 열흘 앞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마은혁 재판관은 앞서 국회 선출 절차를 마친 상태로 바로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최종 임명된다.

세 재판관이 합류하게 되면 헌재는 작년 10월 이종석·김기영·이영진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6개월 만에 ‘9인 체제’로 복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중도·보수 5 대 진보 3′인 헌법재판관 성향이 앞으로 ‘중도·보수 7 대 진보 2′로 바뀐다.

헌법재판관은 모두 9명이다. 3명은 대통령 지명, 3명은 국회 선출, 3명은 대법원장 지명을 각각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왼쪽부터 마은혁 신임 헌법재판관, 이완규 헌법재판관 후보자, 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 연합뉴스

마은혁 재판관은 국회 몫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광주지법·수원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북부지법·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1987년 결성된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출신으로 법원 내 진보 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도 몸 담았다.

이완규 재판관 후보자와 함상훈 재판관 후보자는 대통령 몫이다. 이 후보자는 보수 성향, 함 후보자는 중도 성향이라는 평가를 각각 받고 있다.

이완규 후보자는 인천 송도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검 검사로 검사를 시작했다. 대검 형사1과장,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청주지검·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일했다. 이후 검사장 승진은 못하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로도 알려져 있다.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79학번), 사법연수원(23기) 동기다. 2020년 1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 전 대통령을 징계하려하자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을 맡았다. 이후 윤 전 대통령 대선 인수위원회에 합류했고 윤석열 정부 첫 법제처장으로 임명됐다. 12·3 비상계엄 다음날 윤 전 대통령을 안전가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상훈 후보자는 서울 동국대부속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청주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2004년 헌법재판소에 파견 가기도 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조세·공정거래), 민사 27부(건설)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함 후보자는 법원에서 판결 성향이 좌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공법(公法) 분야 전문가로 대법원 조세법연구회, 헌법행정법연구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리더십이 있고 후배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서울고법 형사2부에 재직할 때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금 헌재는 재판관 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 등 재판관 5명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재판관 5명도 모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파면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