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법조계에서 ‘네트워크 로펌’으로 불리는 곳들이 있다. 하나의 법무법인 이름으로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사무소를 내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네트워크 로펌들은 성범죄나 음주 운전, 마약 초범 등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경향이 있다. ‘전관 마케팅’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의뢰인이 찾아오면 수사 단계에서는 검·경 출신이, 재판 단계에서는 판사 출신이 사건을 맡는다고 안내한다. 변호사가 아닌 각 분야 전문가 출신인 고문이나 전문위원 등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언급한다. 성범죄를 저질러 네트워크 로펌을 수임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일단 상담을 받아보면 사건을 맡길 때까지 끈질기게 설득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로펌들은 사건 수임을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포털 사이트와 지하철 등에 대규모 광고비를 집행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네트워크 로펌은 매달 1억원대 광고비를 쓰기 때문에 사건 수임 건수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광고비가 의뢰인에게 전가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네트워크 로펌들의 수임료는 경찰 수사, 검찰 수사, 법원 재판 등 단계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사건에 따라 단계별로 1500만~2000만원을 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로펌 중에 ‘10대 로펌’에 진입한 곳도 나왔다. 법무법인 YK는 2012년 형사 전문 법률사무소로 출발해 2020년 법무법인으로 전환하고 인천,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 분사무소를 내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전환 첫해에 매출 249억원을 올리더니 지난해에는 803억원가량 매출을 기록하면서 매출 기준 10대 로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목표 매출을 15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고 한다. 법무법인 로엘, 법무법인 대륜 등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네트워크 로펌으로 꼽힌다.

네트워크 로펌들이 법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에 나선 B씨는 네트워크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쟁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첫 재판에 나왔다. 상대방을 형사 고소하기도 전인데 임대인이 구속된 것처럼 말했다가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B씨가 항의하자 변호사는 “서면을 직접 작성하지 않아 순간적으로 착각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네트워크 로펌들이 전관 마케팅으로 사건을 수임한 뒤 실제 업무는 경력 1~3년에 불과한 변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현직 판사는 “네트워크 로펌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재판 출석만 담당해서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잘 모르겠다’는 식의 답변을 하는 변호사도 많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네트워크 로펌이 상대편으로 나오면 반갑다는 변호사도 있을 정도”라며 “의뢰인에게 소송이나 진정을 당한 변호사 가운데 네트워크 로펌 소속인 경우가 꽤 많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네트워크 로펌들이 의뢰인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을 갖추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