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30일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에서는 재산 분할로 665억원, 위자료로 1억만 인정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산 순재산 4조110억원 가운데 35%(1조3808억원)를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분할하라”고 했다. 이날 선고된 재산분할, 위자료는 모두 국내 이혼 소송 역사상 최대 액수다.

재판부는 두 사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최 회장에게 있고, 노 관장이 겪은 정신적 고통을 보상하기에 1심 위자료 액수(1억원)가 적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최 회장은)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노 관장에 대해)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최 회장은) 소송 과정에서 부정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고법은 SK그룹 가치 증대에 노 관장 측 기여가 컸다는 점도 인정했다.이는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서울고법은 “(노 관장의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전 회장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도 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했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언론에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 반대로 조정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자 최태원 회장은 2018년 2월 이혼소송을 냈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위자료 3억원과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원 등 총 666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노 관장은 재산 분할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절반가량인 648만7736주(8.7%·당시 시가로 1조3000억원)를 요구했지만,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재산 분할 형태를 현금 2조원으로 변경하고, 위자료 청구 액수도 30억원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