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뉴스1

경기 침체와 투자 실패 등으로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밟는 사람이 늘자 소규모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를 중심으로 도산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섰다. 도산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변호사를 비롯해 실무를 처리할 사무장을 찾는 곳이 많아지는 추세다.

4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11만1633건으로 2022년(8만9966건) 전체 기간보다 24.08% 증가했다. 2019년 9만2587건으로 기록한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2020년과 20221년에는 각각 8만6553건, 8만1030건으로 줄었으나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파산 건수까지 더하면 지난해 개인도산 사건 접수 건수는 15만건에 이른다.

개인회생제도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없을 때 법원에서 채무자가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채무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채무자가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3년간 변제하면 원금을 최대 90% 탕감받을 수 있다. 금융사 등 채권자들에게도 채무 면제 독촉을 받지 않는다.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에게 안정적인 경제활동과 재기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게 개인회생 제도의 취지다.

회생사건이 많아지면서 소규모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는 관련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대체로 경력자를 선호하고 있지만 무경력자를 뽑는 곳도 있다. 사무장은 협의를 거치고, 직원의 경우 경력에 따라 연봉은 2400만~3600만원 선이다.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이 직원 채용을 확대하는 까닭은 변호사보다 낮은 인건비로 실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회생사건 한 건 당 변호사 수임료로 약 300만원을 받는다. 250만원을 기본값으로 부가세, 실비, 서류 발급 대행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변호사보다 직원을 채용하는 편이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내포돼 있다. 통상 사무장이 개인회생 제도 안내는 물론 의뢰인이 절차를 밟을 수 있는지에 관한 전반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직원은 의뢰인이 서류작업을 도맡는다.

한 법률사무소 직원은 “회생절차에 필요한 서류 15개를 작성하거나 송달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이 없는 사람이라면 관공서나 은행에서 서류를 떼오면 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일과시간 내 움직이기 어렵다”며 “이럴 경우 위임장을 써주면 직원이 일을 대신 처리하거나 대행업체에 맡겨 필요한 서류를 구비한다. 기초작업을 대신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DB

최근 개인회생 사건을 ‘새 먹거리’로 점찍은 소규모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들도 늘었다고 한다. 전문분야가 비교적 명확한 대형 법무법인과 다양한 사건을 수임하는 이들에겐 몇 년 새 늘어난 도산 사건이 새로운 수익모델인 셈이다. 이에 따라 과거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대한 홍보에 비용을 투입하는 동시에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도 해당 경력과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한 소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대형 법무법인을 제외하면 개인 변호사들은 돈 되는 사건은 다 한다”며 “개인회생 사건도 수익에 도움이 되는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력 있는 직원을 채용해 일을 맡기고 실제 법정에 들어갈 때만 변호사가 들어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사세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변호사를 채용할 때 도산 관련 경력을 살피는 경우도 봤다”고 덧붙였다.

도산 인력 채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도산 사건 증가로 회생법원 추가로 설치될 여지가 생겼다.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는 지난해 말 정기회의에서 “폭증하는 도산사건의 신속·적정·균질한 처리를 위해 회생법원을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현재 도산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회생법원은 서울과 수원, 부산 등 3곳에 설치돼 있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관계자는 “회생법원이 없는 지역은 지방법원에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지만 사건 적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 영향으로 회생법원 문을 두드리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서 변호사나 직원 등 채용절차도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