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습한 피의자에게 경찰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법조계에서는 흉기의 종류나 피해 부위, 경찰 진술 등을 토대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은 살인죄의 법정 하한형을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최고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판사는 수사와 재판을 진행한 뒤 대법원 양형기준 중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최종 형량을 정한다. 미수에 그쳤다면 심리 내용과 각종 증거, 진술을 검토해 형량을 계산한 뒤 살인죄의 범위 하한을 3분의 1로, 상한을 3분의 2로 각 감경(미수범의 권고형량)하는 것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살인죄의 유형을 크게 5가지로 나누고 있다. ▲참작 동기(피해자의 귀책 등) ▲보통 동기(원한·가정불화·채무관계) ▲비난 동기(범죄 발각 방지·강도·보복 등) ▲중대범죄 결합(강간·내란·인질 등) ▲극단적 인명경시(무차별적 살인·욕구 충족) 등이다. 또 유형별로 가중처벌 대상인지, 기본인지, 감경요소가 있는지에 따라 총 15개의 기준으로 나눠놨다.
예를 들어 비난 동기 살인의 기본 양형기준은 징역 15년에서 20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계획적 범행·존속 살해·중한 상해 등 가중 요소가 하나라도 인정되면 최소 징역 18년에서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경미한 상해나 자수 등 감경요소가 인정된다면 최소 징역 10년에서 징역 16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중요소가 적용된 미수범일 경우엔 최소 징역 6년부터 징역 20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는 셈이다.
피의자인 김모(67)씨의 경우 가중 요소로 볼 만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에서 이 대표에게 흉기를 휘둘렀는데, 이 흉기는 길이 17㎝, 날 길이 12.5㎝ 크기의 등산용 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손잡이 부분에 테이프를 감는 등 범행을 위해 사전에 흉기를 개조했다고 보고 있다.
흉기의 종류는 살인의 고의성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2006년 5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지연설 도중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공격했던 괴한 지충호씨의 사건 때문이다. 검찰은 지씨에게 살인미수와 상해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흉기가 문구용 커터칼이어서 살인 도구로 미흡하다는 것이 1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2007년 4월 이 판단을 유지해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공격 부위 또한 중요한 요인이다. 박 당시 대표는 턱에 상처를 입어 60바늘을 꿰맸는데, 법원은 부상 위치가 생명에 위협을 받을 부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는 이 대표를 공격하면서 목 부위를 조준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목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건 상대방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고의를 입증하는 데 중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5년 3월 5일 마크 리퍼트 전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는 이듬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받았다. 살인미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는데, 법원은 김씨가 총 길이 24㎝ 과도를 사용한 점, 생명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얼굴과 목 부분에 공격을 가한 점 등을 고려해 미필적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 대표를 습격한 김씨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만 봐도 공격 부위와 경찰 진술을 고려하면 살인미수죄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계획적 범죄였다는 정황들이 더 드러난다면 형량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흉기의 종류나 경찰 진술 등을 보면 계획적 범죄라는 의심이 드는데, 양형에서 아주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김씨의 자택과 직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또 김씨의 당적을 확인하기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원명부에 김씨가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