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 ‘돈 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당 의원 21명 실명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이들이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 모임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심리로 열린 무소속 윤관석 의원 등의 정당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용수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화면을 통해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박씨는 2021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이 든 봉투 10개씩을 만들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전 부총장은 해당 돈 봉투를 윤 의원에게 전달했고, 같은 달 28∼29일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뿌려졌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박씨가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매주 수요일 국회 본청 외교통일위원장실에서 개최된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언급하자 명단을 법정 화면에 표출됐다.
화면 속 명단에는 ▲김남국 ▲김병욱 ▲김승남 ▲김승원 ▲김영호 ▲김회재 ▲민병덕 ▲박성준 ▲박영순 ▲박정 ▲백혜련 ▲안호영 ▲윤관석 ▲윤재갑 ▲이성만 ▲이용빈 ▲임종성 ▲전용기 ▲한준호 ▲허종식 ▲황운하 의원이 포함됐다.
다만 이들 중 일부는 회의에서 본적이 없다고 박씨가 말했다. 검찰은 “당시 의원모임 명단으로, 통상적으로 송 전 대표 지지 의원들은 한번 이상씩 참석한 게 맞느냐”고 묻자, 박 씨는 “지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런 것 같다”면서도 “박정 의원은 회의 장소에서 본 적이 없고, 김남국 의원도 참여 여부가 가물가물해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대답했다.
박씨는 “참석자가 고정적이지 않고 한 번 왔다가 안 오는 분들도 있어서 정확히 어떤 분들이 참석했는지 다 기억하지 못한다”며 “윤 의원이 돈 봉투를 의원들에게 살포한 장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의원 영장 심사 과정에서 돈 봉투를 수수한 민주당 의원 19명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0명은 2021년 4월 28일 외통위원장실에서, 나머지 9명은 하루 뒤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돈 봉투를 받았다고 내다보고 있다.
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돈 봉투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명단들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찰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도 고발했다.
명단 노출과 관련해 재판부는 “신문 사항에 써진 대로 하지 않고 화면에 띄운 것으로 보이는데 저희 재판과 직접 관련 없는 사항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제지는 하지 않겠지만 민감한 사항이라 (검찰이) 읽지 않고 화면으로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부총장이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요구로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이 든 돈 봉투 10개를 준비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2021년 4월 25일 이 전 부총장과 강씨 통화 녹음을 제시하면서 “25일 이 전 부총장과 강씨로부터 윤 의원이 돈이 필요한 것 같더라는 말을 들은 게 맞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네”라고 언급했다.
박씨는 “300만원씩 10개를 준비하라는 연락을 누구에게 받았느냐”는 검사 질문에 “이 전 부총장 아니면 강씨인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윤 의원이 필요하다며 준비해 달라고 해 준비했다”고 답했다. 이 전 부총장과 강씨는 이전 재판에서 돈 봉투 개수나 액수를 박씨에게 알려준 적 없다고 말했지만 박 씨는 정반대되는 증언을 한 셈이다.
박씨는 2차 자금 요청에 대해서도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전 부총장 아니면 강씨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러한 자금 흐름의 불법성을 인식했지만 “당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다”며 모두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