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몬테로이 조감도. /현대건설

경기도 용인에서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아파트 개발을 진행했던 시행사 더다올이 사업에 참여했던 교보자산신탁을 상대로 45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사업 진행 도중 신탁사가 교보자산신탁에서 무궁화신탁으로 바뀌었는데, 더다올은 이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재판장 김동빈 부장판사)는 지난달 더다올이 교보자산신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더다올은 건설사 현진에버빌의 자회사다. 2020년 4월 용인 처인구 모현면 왕산리 산25번지 일원에서 3700세대 규모 아파트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용인그린알파주식회사 등 대출 기관으로부터 2420억원의 한도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초창기 시공사였던 한화건설은 대출금 50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다.

이 사업에서 교보자산신탁은 관리형 토지신탁사로 참여했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조달 위험을 줄여주는 대신 신탁사가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다. 교보자산신탁은 사업비 관리와 집행, 아파트 개발 사업 진행에 필요한 업무 지원도 맡았다.

순탄히 진행되던 사업은 1년 만에 파열음을 빚었다. 2021년 더다올은 교보자산신탁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신탁사를 바꾸기 위해 계약 종료를 추진했다. 선관주의 의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뜻한다. 거래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더다올은 교보자산신탁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보자산신탁은 당초 계약 종료를 거부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2021년 6월쯤 신탁 계약을 종료하는 ‘수탁자 경질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교보자산신탁이 수탁자 지위를 내려놓고 무궁화신탁이 지위를 이어받았다. ‘수탁자 경질 계약’을 체결할 때도 교보자산신탁이 연대 보증을 선 한화건설 동의를 요구하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더다올은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교보자산신탁이 신탁 계약 종료도 거부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신탁사 교체 지연 등에 따른 추가 이자비 약 9027만원, 대출 약정 변경을 위한 수수료 약 32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융 자문 수수료 명목의 추가 지출 11억9500여만원 등을 손해 봤다고 주장했다.

교보자산신탁은 더다올의 소송 제기가 부적법하다고 맞섰다. ‘수탁자 경질 계약’ 체결 당시 더다올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사건에 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약정)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더다올은 부제소합의는 “수탁자 사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걸 의미할 뿐, 교보자산신탁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교보자산신탁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탁자 경질 계약으로 신탁 계약에서 발생한 법률 관계에 대해 부제소합의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탁자 사임에 관한 이의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교보자산신탁)가 처리했던 사무에 관해 원고(더다올)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수탁자 경질 계약은 피고가 수탁자 지위를 사임하고 무궁화신탁에 신탁재산과 사무 일체를 인계하면서 수탁자의 임무가 종료되고, 신탁 계약에 의한 의무나 책임을 면책하기로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해배상 청구는 수탁자 경질 계약에 따른 부제소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의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므로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더다올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31일 항소했다.

한편, 더다올은 한화건설과도 법적 분쟁을 겪었다. 2020년 한화건설과 공사 도급 약정을 체결했지만 분양가 등에 이견이 생기자 2021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한화건설은 연대보증도 선 만큼 시공자 신분을 넘어 ‘공동사업자’ 지위를 주장하며 더다올을 상대로 계약 해지 통보 효력 취소 가처분 신청을 냈다. 대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현대건설이 공사를 마무리 지었지만 법정 공방 탓에 분양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