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토익’으로 유명한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스타트업 뤼이드가 개인 주주 간 지분 매매 때문에 송사에 휘말렸다. 지분이 주주 여러명의 손을 거쳐가는 과정에서 ‘주식 양도 금지 특약’이 설정됐는데, 이 때문에 주식 매매가 무효가 된 데 반발한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뤼이드가 원고의 주주 자격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황지원 판사는 개인 주주 A씨가 뤼이드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 명의개서 절차 이행 소송에서 “피고(뤼이드)는 주주명부상 주주 명의를 원고로 변경하는 명의개서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명의개서는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특정 회사 주주로 인정받기 위해 주주명부에 성명과 주소 등을 기재하는 것을 뜻한다. 주식 명의개서는 회사만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주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뤼이드는 지난 202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약 2000억원을 투자를 유치해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스타트업이다. 한때 유니콘(시가총액이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다른 개인 주주 B씨는 보유하고 있던 뤼이드 보통주 2430주를 C씨에게 40억원에 매도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근질권 설정 계약을 맺었다.
질권은 채무자가 소유한 물건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설정되는 채권자의 권리다. 채무자가 빚을 갚도록 강제할 수 있다. 근질권은 질권과 차이가 있다. 질권은 빚 변제로 채권이 소멸하면 없어지지만, 근질권은 채권 소멸 시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즉, 이 사건에서 C씨는 B씨를 위해 주식에 근질권을 설정해서 자신의 채무를 담보한 것이다. 이 채무는 매매대금 지급 채무일 수도 있고,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채무일 수도 있다. B씨가 C씨에게서 돈을 못 받아 손해를 볼 위험을 근질권을 통해 보장해준 셈이다.
중요한 점은 근질권 설정 계약에 “대상 주식을 양도, 매도하거나 추가로 근질권을 설명하면 안 된다”는 ‘양도금지특약’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 특약은 한 달 후 C씨와 또 다른 개인 주주 A씨 간 주식 매매 계약 시 문제가 됐다. 두 사람은 주식 1000주를 16억5000만원에 매매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맺었다. A씨가 주식을 양도 받은 후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계약에 따라 A씨는 C씨에게 2021년 10월과 12월 각각 2억3000만원, 14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다만 앞서 이 주식에 질권이 설정돼 있었기에, C씨는 주권반환청구권을 새 주주인 A씨에게 양도하겠다는 내용을 질권자인 B씨에게 통지했다.
이에 뤼이드는 A씨에 대한 주식 양도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B씨와 C씨 간 거래에서 주식 2430주는 물론 주권반환청구권 양도도 금지하기로 약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주식을 사고도 주주가 될 자격을 잃게 된 A씨는 즉시 소송을 제기했다. ‘양도금지특약’ 자체가 투하자본(주주가 낸 자본금) 회수 가능성을 부정하는 행위이기에 이를 인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양도금지특약은 양도 제한 요건을 가중하는 것이므로 상법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며 “정관으로 규정했더라도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뤼이드의 주주가 42명에 육박했던 만큼, 회사가 굳이 주주 구성을 폐쇄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주식 양도를 제한할 필요는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뤼이드는 A씨에게 명의개서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생겼다. 다만, 뤼이드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만큼 2라운드에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