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플랫폼이 운영하는 판결문 검색 사이트 간에 ‘1등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판결문을 열람하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회원수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사건 관련 상담이나 수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물론 법원에서도 판결문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서 향후 판례 검색 서비스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로앤비, 엘박스, 빅케이스 등의 판례 검색 사이트들이 ‘이용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법률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더라도 보다 더 많은 판례가 검색되는 사이트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판례 검색 사이트 간 전쟁의 포문은 리걸테크 스타트업 리걸텍이 2020년 3월부터 선보인 엘박스가 먼저 열었다. 엘박스는 자사의 판례 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보여주면서, 막대그래프를 이용해 경쟁사와 차별점을 부각했다. 지난 4일 기준 엘박스 홈페이지에는 ‘판례 수 65만건’이라는 문구와 함께 그 옆에는 ‘로** 약 30만건’이라고 게시됐다.
엘박스가 저격한 ‘로**’은 2000년 법무법인 태평양의 자회사로 시작해 2012년 다국적 기업에 매각된 로앤비를 의미한다. 로앤비는 2001년 2월 등장한 국내 판례 검색 서비스 1세대다. 이후 ‘법조인 내비게이션’, ‘입법동향’ 등의 서비스를 추가로 선보여 종합 법률 포털로 성장했다.
엘박스와 로앤비의 양강구도가 굳어질 무렵, 지난 1월 빅케이스가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빅케이스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74만3983건의 판례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수로는 ‘국내 최다’이다.
법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가 내놓은 빅케이스는 국내 최초로 판례검색에 인공지능(AI)기술을 도입하며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장에 가장 늦게 진입했지만 ▲AI요점보기 ▲서면으로 검색 ▲쟁점별 판례보기 등 기존에 없던 기능을 선보였다.
법률 플랫폼들이 판례 개수를 놓고 경쟁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전문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판결문 열람을 무료로 제공해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한 후, 사건 수임 등 실적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요즘 회원들은 상담 전에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판결문 검색 사이트를 통해 유사한 사건의 판례를 미리 보고 오신다”고 말했다.
사실 판결문 열람은 법원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인터넷으로 판결문을 열람하려면 사건번호와 관계인 이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법원도서관을 통하면 이른바 ‘전자화’된 판례는 모두 볼 수 있지만, 단말기가 6대 뿐이라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또 사진 촬영이 불가능할 뿐더러 법원에서 제공하는 종이에만 메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정보 공유 저변 확대 및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법률 플랫폼의 판결문 검색 서비스는 보다 더 활성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 전문 변호사 A씨는 “법조계에선 판결문 열람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 상당수의 판사가 반대하는 분위기”며 “반면 판례 검색 사이트에서는 얼마든지 키워드만 치면 손쉽게 사건을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얼마나 더 많은 판결문을 확보했냐’를 두고 신경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