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가 지난 7일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변호사 배출 수 감축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돈은 덜 받아도 워라밸이라도 찾으려 공공기관에 입사했는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경력을 배제하고 ‘신입사원’으로 일하라니 공부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공공기관에 입사할 때 로스쿨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급여 수준과 직급이 일반 직원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역차별’을 겪고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공공기관들을 상대로 변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직급 하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상당수 공공기관이 소속 변호사의 직급과 처우를 하향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실제 작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예금보험공사나 금융감독원 등 선호도가 높은 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변회 청년변호사 특별위원회는 최근 공공기관 10여 곳에 공문을 보내 변호사 처우 역차별 문제가 사실인지 여부를 밝혀달라며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또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변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직급 하향을 주도하는 공공기관들을 선별해 정책 개선을 해달라고 할 것”이라며 “민간 분야 재직 변호사들의 처우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변호사가 되면 높은 급여를 받고 사회적 명성을 누리던 시대는 끝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로펌에 들어가 3~4년간 어쏘시에이트(보조변호사)로 일하다 개업하는 코스를 밟았다”면서 “그러나 변호사 수가 늘면서 대형 로펌에 입사하기 어려워졌고, 그만큼 공공기관에서 신입 변호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급여 자체도 낮아진 상황이 됐다.

이전에는 변호사가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 입사하는 경우 로스쿨 재학 기간을 ‘석사 기간’으로 인정해 대리 1~3년 차로 첫발을 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공기관들이 변호사 직군을 일반 신입 직원과 동일하게 채용하면서 다른 직군의 경력사원보다 처우가 낮아지는 추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국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여파 아니겠냐”면서 “변호사 수를 법률시장 규모를 고려해 조정해야 하는 노력이 정말로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