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오션플랜트(100090)의 경영권 매각이 표류하고 있다. 대주주 SK에코플랜트는 현재 2대주주로 남아있는 창업자들의 지분까지 묶어서 팔고자 하는데, 이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 기업가치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와 2대주주 사이에는 드래그얼롱(동반매각요구권)이나 태그얼롱(동반매각참여권)이 없다. SK 측이 2대주주 지분을 묶어서 함께 팔 권한이 없어, 이들이 매각하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SK의 지분만 따로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지분율이 30%대에 불과해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SK오션플랜트의 매각가를 놓고 송무석 전 삼강엠앤티 대표·송정석 삼강금속 회장 등과 합의하지 못하는 상태다.
SK오션플랜트는 1996년 설립된 삼강엠앤티를 전신으로 한다. 2021년 약 4600억원에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된 뒤에도 송 전 대표 형제가 2대주주로 남아있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지분율은 37.6%이며 송 전 대표 일가와 삼강금속이 도합 20.73%를 갖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각 카드를 처음 꺼냈을 때부터(관련기사☞SK에코플랜트, 자회사 오션플랜트 매각 카드 ‘만지작’) 2대주주 지분까지 묶어서 팔길 희망했다. 37.6%의 지분 만으로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지는 만큼,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 측이 희망하는 지분 매각가는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가총액이 약 1조1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 지분의 시세에 경영권 프리미엄 약 20%를 붙인 셈이다.
송 전 대표 형제는 이 정도 가격에는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2대주주는 이미 2021년 경영권을 매각해 현금화를 했고, 돈이 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아쉬운 쪽은 SK에코플랜트”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와 송 전 대표 형제 사이에는 드래그얼롱도 태그얼롱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SK에코플랜트가 송 전 대표 형제의 지분을 묶어다가 통매각할 권한도 없으며, 형제 역시 SK에코플랜트가 지분을 팔 때 동반 매각을 요구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기업공개(IPO)를 위해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로서는 이런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산업을 서포트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작년에는 SK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 업체 에센코어를 품었으며, 지난달에는 SK머티리얼즈 산하에 있던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편입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 스스로 반도체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포지션을 잡아나가고 있는 만큼, 오션플랜트나 환경 사업은 빠르게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환경 자회사인 리뉴원·리뉴어스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KKR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예비 입찰에 참여했으나, 둘 중 KKR만 SK 측 기대치에 근접한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