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 4.25∼4.50%로 동결했다. 올 들어 4번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연내 금리 인하를 2차례 할 것 같다는 전망도 유지했다. 그러나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 전망을 상당 폭 수정했다. 성장률 전망은 낮추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전망은 높였다. 경기는 좋지도 않은데 물가만 올라 고통스러운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날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1.4%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말 기준 실업률은 4.5%, 개인소비 물가상승률은 3%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연준은 성장률 1.7%, 실업률 4.4%, 물가상승률 2.7%를 전망했는데 대폭 후퇴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4%, 5월 실업률이 4.2%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요 경제 지표들이 더욱 나빠진다는 것이 연준 판단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미국 경제가 아직 관세 충격을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유통망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현재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관세가 부과되기 몇 달 전에 수입되었을 수 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물가 상승 효과가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앞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9명 중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위원 수가 7명이었다. 3개월 전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연말까지 동결 의견이 4명이었는데, 그사이 3명 더 늘어난 것이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CIO인 짐 캐런은 CNBC에 “우리는 금리 인하 없는 환경을 향해 점점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연방정부와 유권자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야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이날 연준의 동결 결정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2.5%포인트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멍청하다(stupid)”며, “연준 의장 자리에 나(트럼프) 자신을 선임할 순 없느냐”고 물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