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는 강세이지만, 올해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상위 300개 종목 중 62.7%(188개)는 평균 매수가(매수 거래대금 ÷ 거래량)보다 현재 주가가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가 손실 구간에 있는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18일 조선비즈가 올해 들어 개인 순매수 규모가 큰 코스피·코스닥시장 300개 종목(스팩 제외)의 평균 수익률을 따져본 결과, 전날 종가 기준 -3.9%였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2.96%, 14.37%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개인 순매수 종목 중 평균 손실률이 가장 큰 종목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였다. 개인은 올해 들어 브릿지바이오 주식을 27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1주당 평균 매수단가는 2110.5원으로 전날 종가(739원) 대비 65% 낮은 수준이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 ‘BBT-877’ 임상 2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신약 개발 기대감에 928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기간 정치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도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형지글로벌(308100), 엘케이켐(489500), 오리엔트정공(065500), 상지건설(042940) 등의 주가는 테마주로 묶이며 급등했다가 현재는 선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개인이 선호하는 이차전지 업종도 전기차 캐즘(chasm·수요 둔화)의 골이 깊어 평균 손실률이 높은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개인 순매수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도는 금양(001570), 엔켐(348370), 에코프로머티(450080)는 평균 손실률이 40% 안팎이다. 특히 금양은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지난 3월 이후 거래 정지 상태다.

그래픽=손민균

평가 이익을 보고 있는 종목도 있다. 개인이 260억원 순매수한 젬백스(082270)(젬백스앤카엘)는 평균 매수가(3만2775원)보다 전날 종가(6만9500원)가 112% 높다. 젬백스의 진행성핵상마비(PSP) 치료 약물 ‘GV1001’이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잇달아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바이오 종목인 디앤디파마텍(347850)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445680)도 평균 수익률이 각각 101.4%, 80.2%로 높았다. 디앤디파마텍은 최근 대사 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DD01′이 미국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는 세포 분석 공정 자동화 플랫폼 성장성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두산(000150) 보통주와 우선주(두산우(000155))도 평균 수익률이 각각 75.2%, 70.5%로 높았다. 두산이 전자비즈니스그룹(BG)이 엔비디아에 주력 제품인 동박적층판(CCL·Copper Clad Laminate)을 공급하는 가운데 새 정부 들어 지주회사 재평가 기대감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주가가 ‘원전 르네상스’에 힘입어 급등한 것도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됐다.

이 밖에 펩트론(087010),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미래에셋증권(006800), 우리기술(032820), 토모큐브(475960), 코미코(183300), 한화오션(042660), HD현대일렉트릭(267260) 등도 평균 수익률이 코스피·코스닥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스라엘·이란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이날도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오는 1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따라 증시 움직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한 가운데,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했던 점도표(Dot Plot·연방준비위원회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 변동이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