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방향에 따라 투자 전략을 달리 수립해야 한단 조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금리 변동 여부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놓는 발언과 점도표 등 경제전망요약(SEP)에 담긴 정책 시그널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금리는 동결될 전망이지만 파월 의장이 기존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입장을 내비친다면 금리 인하 기대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연준이 매파(통화 긴축 지지)적인 태도를 견지할 경우 뚜렷하게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미국 연준은 17~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쏠려 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3주 연속 12% 가까이 오른 가운데 연준의 정책 방향이 증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6월 금리 동결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할 가능성을 99.1%로 보고 있다. 7월 동결 전망도 84.8%다.
오히려 이번 FOMC에서 주목할 것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이다. 이달 금리를 동결한 뒤 앞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칠지가 핵심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유보하는 ‘비둘기파’ 행보를 보이는 경우다. 이 경우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도 확대될 수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보다 비둘기파적으로 기운다면 코스피 상승 변수 중 하나는 기업의 주주친화 정책이 될 것”이라며 “기업을 선별할 때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보다는 주당배당금(DPS) 증가율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인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KB금융(105560), 현대모비스(012330), 미래에셋증권(006800), 대한항공(003490)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연준이 지금과 큰 차이가 없는 약한 ‘매파’ 성향을 유지하는 경우다. 이때는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이 뚜렷한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6~7월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등 하반기 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 주가가 강세였다.
이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며 “같은 소프트웨어 업종 내에서 상반기 대비 하반기 EPS 증가율이 높은 오라클 주가는 이달 들어 30% 급등한 반면 하반기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인튜이트 주가는 보합 상태다”고 했다.
한편 연준이 통화정책의 방향성뿐 아니라 정책 프레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저물가 시대에 유효했던 ‘평균 목표 인플레이션’(AIT) 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 환경에 맞는 ‘유연한 목표 인플레이션’(FIT)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스라엘-이란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져 6월 FOMC를 매파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연준이 FIT로 정책 프레임을 바꾼단 신호를 주면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FIT로 돌아가는 것은 미국 경제 상황에 맞춰 대응한다는 점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낮추고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인다”며 “과거 사례를 봐도 회의 전 매파로 예상됐지만 비둘기로 끝난 경우 주가가 올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