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쥬란’ 열풍에 급등하던 파마리서치(214450) 주가가 조정을 겪었다. 파마리서치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발표한 영향이다. 증권사들은 사업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이 회사 가치가 앞으로 더 커지리라 전망한다. 그러나 일부 개인 투자자는 지배주주만 유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파마리서치 주식은 16일 10시 47분 코스닥시장에서 44만3500원에 거래됐다. 지난 13일보다 2.42%(1만원) 올랐지만, 낙폭 17.11%(8만9500원)의 일부만 회복했다.
파마리서치는 이달 13일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를 담당하는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와 기존 에스테틱 사업을 영위할 신설법인 ‘파마리서치(가칭)’로 회사를 나누는 것이 골자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분할 비율이다. 보유 자산 기준으로 파마리서치홀딩스가 74.28%, 파마리서치가 25.72%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파마리서치 주식 1000주를 인적분할 후 파마리서치홀딩스 주식 743주, 파마리서치 주식 257주로 나눠갖게 된다.
문제는 많이 받는 파마리서치홀딩스 주식은 자회사 중복 상장과 지주회사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주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반면 수익성·성장성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신설 파마리서치 주식은 상대적으로 적다.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어질 것이란 점도 주주에겐 부담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인적분할이기 때문에 파마리서치홀딩스는 신설 파마리서치 지분이 없다. 최대주주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 등이 신설 파마리서치 지분을 파마리서치홀딩스에 넘기고, 대신 파마리서치홀딩스 지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 의장은 파마리서치 지분율이 작년 3월 말 34.51%에서 올해 3월 말 30.48%로 줄었는데,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기업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파마리서치홀딩스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신설 파마리서치가 고평가 받을수록 정 의장에겐 유리하다. 소수주주로선 지주회사 체제 개편이 마무리될 때까지 많이 받은 주식은 가치가 제한되고, 적게 받은 주식만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는 “투자자 다수는 이번 인적분할 구조가 정 의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으로 설계됐다고 인식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시점을 두고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새 정부 들어 상법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 파마리서치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일부 소수주주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파마리서치 인적분할의 부당성을 알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파마리서치 지분 1%를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은 “지주회사가 필요했다면,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그 자회사를 재상장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관련 규정을 두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적분할 결정이 전체 주주를 위한 것인지, 대주주만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개정될 상법에 이번 회사의 의사결정이 주주에게도 충실한 결정이었을지 물어볼 의사가 있다”고 했다.
파마리서치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파마리서치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씨티씨바이오 경영권 취득 과정 중 일련의 잡음이 발생해, 투자 활동이 회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글로벌 최상위 헬스케어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수·합병(M&A)과 투자 활동을 진행할 예정인 만큼 리스크 분리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파마리서치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 627억원어치를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또 파마리서치홀딩스와 신설 파마리서치의 배당성향도 3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14.6% 대비 2배가 넘는다.
핵심은 기존 파마리서치 시가총액보다 인적분할 후 파마리서치홀딩스와 신설 파마리서치 합산 시가총액이 더 커질 수 있을지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
신설 파마리서치 주가가 올라 합산 지분 가치도 현재 주가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다수다. 강시온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상장 후 파마리서치홀딩스의 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리쥬란의 성장성을 기반으로 한 (신설) 파마리서치의 기업 가치 산출 논리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냉정히 가격을 따져보면 신설 파마리서치 가치가 재상장 후 적절한 기업가치를 찾아갈 것이고, 합산 지분 가치가 현재 파마리서치 주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투자와 사업으로 회사가 쪼개지는 만큼 신설 파마리서치의 주가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분할 후 M&A 등의 모멘텀이 파마리서치홀딩스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파마리서치의 제품군 다각화 전략이 신설 파마리서치에 반영되기 어렵다”며 “목표주가를 산정할 때 쓰는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을 33배에서 30배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