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상승 랠리를 이어오던 증시가 ‘중동 리스크’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관련 군사시설을 기습하면서 중동 내 위기감이 고조됐고 국내 증시도 조정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도 미국의 관세 전쟁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미국 행정부가 7월 초까지 유예해 놓은 상호관세를 무역 상대국과 어떻게 협상할지 지켜봐야 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예상되는 악재에도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지난 13일 증시가 하락했지만, 조정 폭이 크지 않았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에도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새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을 싣고 있고,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서 부진한 경제에 활력이 돌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에 나선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연합뉴스

지난주(6월 9~13일) 코스피 지수는 2920선을 넘으면서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수 상승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주도했다. 6월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이 4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코스닥 시장에도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면서 코스닥 지수는 한때 790선을 눈앞에 뒀다.

그런데 13일 이스라엘 공군이 작전명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를 가동하고 이란의 군, 핵 시설 수십 곳을 목표로 공습하면서 국내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 타격으로 이란 군 참모총장과 핵 전문 과학자들이 다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미국 증시도 내림세였다.

공습은 중동 지역 긴장감을 높였고,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작전은 이란의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수일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이스라엘 전역에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제 유가는 10% 안팎 급등했다.

이번 공습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우리 증시의 조정 폭은 비교적 작았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도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비상설특별위원회로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 활성화를 약속한 가운데, 당 차원에서 입법 지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특위는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부터 추진해온 상법 개정안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나오고 있는 중동 지역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고질적인 우리 증시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이후 지주사와 금융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이들 업종이 정부 정책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너무 오른 주가가 부담스럽다면 방산, 원전 등 글로벌 정책주로 잠깐 피신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 정책주의 추가 상승이 힘에 부치면 다시 조선과 방산, 원전과 같은 글로벌 정책주가 다시 대안으로 나서며 순환매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수출주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판단한다”며 “외인 매수세에 힘입어 대형 수출주가 상승하는 상황에 투자하고 싶다면 삼성물산(028260), 현대모비스(012330) 등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관세 리스크가 재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 상무부는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을 철강 파생제품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무역확장법에 근거한 철강 관련 관세의 확장판으로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위헌 판결했던 상호관세와는 다르다.

류진이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았고 5월 물가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도 일부 완화되면서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재차 커지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 17~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FOMC 회의가 열린다. 전문가들은 금리는 동결될 전망이지만 시장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발표하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태도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