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이재명 대통령이 배당 활성화를 위한 세제와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제 혜택을 받고자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액수가 늘 수 있는 데다, 주식시장 전체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우리는 배당을 너무 안 하는 나라”라며 “배당을 촉진할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보다도 배당을 덜 한다”며 “다른 나라는 배당금을 생활비로 활용해 내수 진작에도 기여하지만, 우리는 배당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배당 성향은 주요국보다 낮은 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4~2023년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 성향은 26%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국(129.4%) 미국(42.4%) 일본(36%)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55%) 인도(38.5%) 중국(31.3%)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배당 기조의 주요 원인으로 배당소득에 물리는 높은 세율을 지목해 왔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만 해도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진영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 급물살

현재 배당소득에는 기본적으로 세율 15.4%(지방세 포함)를 적용한다. 하지만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49.5%까지 세금을 문다. 이 때문에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할 수 있는 지배 주주들은 회사가 번 돈을 배당보다는 사내에 유보하거나 급여로 받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당소득에 분리과세를 적용하면 소액 주주까지 가는 배당이 확대되고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투자금도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그래픽=이진영

이 대통령은 11일 배당 세제 개편을 언급하면서, 지난 4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을 예로 들었다. 이에 분리과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의원은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상장 법인에서 얻은 배당소득에 대해 2000만원 미만은 14%(지방세 별도), 2000만~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 별도 세율을 적용하자고 했다. 예컨대 A사 최대 주주 B씨의 세전 배당소득이 30억원이라면, 현재는 지방세 포함 세율 49.5%를 적용해 14억85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이 의원 법안에 따르면 세율이 27.5%로 낮아져 8억2500만원만 내면 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관련 세금이 줄면 대주주들의 배당 유인이 높아지고, 이는 기업들의 배당 성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등으로 향하던 자금이 주식으로 유입돼 전체 시장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분리과세 수혜 종목은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의 직접적 수혜를 볼 수 있을까.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제도 개선은 고배당 업종·기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 연속으로 배당 성향이 35%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46곳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가운데서도 ▲꾸준히 흑자인 기업 ▲최소 배당 성향이나 주당 배당금 하한을 선언하거나 공시한 기업 등을 주목하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기준으로 한화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 기업은행, 하나금융지주, 삼성화재, KT&G, 리노공업, 클리오, 케어젠 등을 대표적인 수혜주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포스코홀딩스, SK텔레콤, KT, LG, 고려아연 등을 35% 이상 배당 성향이 전망되는 회사로 꼽았다.

☞배당성향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숫자가 높을수록 회사가 이익을 주주 배당으로 많이 준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