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7거래일 연속 상승해 전고점을 경신한 가운데 공매도 거래대금이 두 달 만에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가파른 증시 상승세에 투자자들이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헤지(Hedge·위험 회피)에 나섰단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12일 기준 1조61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 9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1조원을 넘겼다.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잔고액은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인 이달 4일 처음 7조원을 넘어선 뒤 4거래일째 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올해 3월 31일 이후 최고치다. 공매도 순보유잔고액은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 중 숏커버(공매도 청산)를 하지 않고 남은 주식의 금전적 가치로, 주가 상승 또한 반영한다.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간주되는 대차잔고 또한 공매도 재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기준 대차잔고는 87조1868억원이다. 대차잔고는 빌린 주식의 총액으로, 공매도를 하려면 우선 주식을 빌려야 하기에 대차잔고와 공매도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위험 분산 차원에서 공매도를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고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업종별로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공매도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민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헤지 차원에서 공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개별 선물로 숏포지션(매도 전략)을 가졌던 외국인이 공매도로 숏포지션을 옮기는 추세”라고 했다.

조 연구원은 “업종별로 단기 상승세가 가팔랐던 종목 중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어난 업종은 단기 하락에 대비한 베팅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매도 대금의 증가를 두고 기존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 마무리되고, 신규 숏포지션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숏커버링은 주가가 내릴 것을 기대하고 주식을 빌린(공매도) 투자자가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지수 랠리를 견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확대는 일정 부분 숏커버링 영향이 작용했다”며 “이 기간 외국인의 공매도 잔고가 급감했고, 외국인의 주요 순매수 종목도 공매도 20일 누적 잔고 상위 종목인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005930), 두산에너빌리티(034020)로 확인됐다”고 했다.

우 연구원은 “최근 공매도 잔고와 대차잔고 증가는 기존 숏커버링이 마무리되고 신규 숏포지션이 유입됨을 시사한다”며 “외국인 순매수세 둔화까지 고려할 때 코스피의 단기 상승 모멘텀이 약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