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증권사의 잇따른 전산 장애로 투자자 불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토스증권이 전산 오류 발생 횟수와 장애 지속 시간 모두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증권은 IT 부서 내 퇴사자 수도 다른 증권사보다 훨씬 많은 편이었다.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시스템 안정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11일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토스증권에선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26건의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이들 5개 증권사는 올해 전산 사고로 논란이 된 증권사다.

총 26건 가운데 절반인 13건은 프로그램 오류 또는 시스템 장애로 집계됐다. 개발자 실수 등 인적장애는 4건이었고, 외부요인 장애는 9건이었다.

최장 시간 및 최다 오류를 낸 증권사는 토스증권으로 나타났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프로그램 오류로 86시간 동안 장애가 지속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산 장애 건수 자체도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시스템·프로그램 오류 비중은 전체 13건 중 46%(6건)를 차지했다.

토스증권은 출범 3년 만인 지난해 상반기 키움증권에 이어 해외주식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를 만큼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성장 속도만큼 내부 시스템 여력이 따라오지 못하고, IT 인력 이탈 등이 겹치면서 전산 장애에 대한 대응 체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토스증권에서는 올해 들어 12명의 IT 인력이 퇴사했다. 같은 기간 키움·한국투자증권(4명), 미래에셋·메리츠증권(2명)보다 각각 3배, 6배 많은 수치다. 토스증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토스증권 시스템이 사람 중심의 운영 방식에 의존하는 측면이 큰데, 최근엔 인력 충원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오류에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토스증권의 고객 수(701만명)는 올해 5월 기준 키움증권(769만명)과 8%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IT 인력은 토스증권이 243명으로, 키움증권(342명)보다 30% 가까이 부족하다. 유사한 고객 규모에도 불구하고 인력 대비 시스템 부담이 커 전산 장애가 반복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토스증권 측은 전산 장애 재발 방지를 위해 올해 나간 IT 인력만큼 전문인력을 충원할 계획으로, 올해 서버 및 데이터베이스 최신화와 장비 교체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또 부족한 인프라 증설 및 모니터링 관리 항목 또한 확대했다고 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타사보다 IT 인력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올해 새로 입사한 IT 인력은 같은 기간 퇴사자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말했다.

한편 토스증권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도 전산 장애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작년 말 ‘수수료 제로’ 이벤트를 통해 고객 유입이 많았던 메리츠증권은 올해 서버 용량을 증설하고, 통합관제 대시보드를 구축했다. 내년엔 국내·해외 인프라를 분리할 예정이다.

키움증권(039490)은 올해 검증 시스템과 IT 서비스 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재기동 매뉴얼을 보완하고 최종 검증 프로세스를 추가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원장시스템 서버를 교체하면서 해외 백업 중개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