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국내 주식 시장에서 테마주의 흐름이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선거 전 근거가 희박한 지연·학연 등을 이유로 급등했던 ‘정치인 테마주’들은 급락세로 돌아선 반면, 새 정부의 정책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정책 테마주’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지건설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대표적인 ‘이재명 테마주’로 꼽혔다. 이 회사의 전 사외이사가 이재명 대통령의 20대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상지건설 주가는 작년 12월 3일 5540원에서 지난달 12일 4만657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대선 이후 매도세가 몰리며 10일에는 1만1910원을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 42% 넘게 떨어졌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무상 교복 정책과 연결되며 테마주로 묶인 형지I&C(-43.69%), 형지글로벌(-35.24%)과, 이 대통령이 과거 오리엔트시계에서 근무했단 이유로 주목받은 오리엔트정공(-23.92%), 오리엔트바이오(-22.99%) 등도 이달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김문수 테마주’로 분류된 평화홀딩스(-14.9%)와 평화산업(-7.98%)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정책 테마주들의 급등세

반면, 새 정부의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은 일제히 상승세다. 대표적인 것이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지역 화폐 관련 종목들이다. 지역 화폐 ‘대장주’로 꼽히는 코나아이는 이달 들어 64.1% 올랐고, 쿠콘(55.56%), 갤럭시아머니트리(54.08%), 웹케시(39.75%) 등도 강세를 보였다.

새 정부 정책의 기대감은 지주회사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달 들어 한화 주가는 26%가량 올랐고, 두산(19.06%), SK(14.66%) 등 지주사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상법 개정, 자사주 강제 소각, 지배구조 개편 등 공약이 현실화되면 저평가된 지주회사들의 주가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 낮을수록 저평가)을 기록했던 종목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김성규

원화 가치와 1대1로 연동되도록 설계돼 송금·결제 등에서 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를 받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주도 주목받고 있다. 이달 들어 다날(77.01%), 아이티센글로벌(53.3%), 카카오페이(51.65%), 케이씨티(31.17%) 등 관련주가 급등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유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공약해 관련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역시 새 정부 정책 수혜 기대 속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 “추격 매수는 신중히”

테마주의 무게중심이 막연한 인맥을 찾는 것에서 정책 수혜를 받는 종목으로 옮겨가는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책이 개별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방향성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오르는 것은 합리적”이라면서 “물론 단순히 기대감만으로 투자해서는 안 되고, 향후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최근 급등한 종목들에 대한 ‘묻지 마 식’ 추격 매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급등 현상은 진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주력 사업 업황, 자체 상승 모멘텀 보유 등을 고려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 가능성, 지역 화폐 예산 확대 기대감 등으로 관련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기대감이 실적으로 증명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당분간은 관련 이슈 언급에 따라 변동성이 큰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