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퇴직연금 수익률을 분석했더니, 연간 수익률이 2~4%인 가입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근로자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이 퇴직금 등을 굴리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수익률이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급여(DB)형보다 1%포인트 이상 더 높게 나타났다.

작년 퇴직연금 적립금은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는데, 예·적금, 보험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이 아닌 주식 등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으로 운영하는 자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픽=이진영

◇수익률 10% 넘는 IRP 가입자 13%

9일 금융감독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작년 퇴직연금의 전체 연간 수익률은 4.77%로 전년 대비 0.49%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여전히 작년 물가 상승률(2.3%)이나 최근 3% 선을 턱걸이하는 정기예금 금리 등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유형별로 보면, IRP(5.86%)가 가장 수익률이 높았고, DC형(5.18%)도 수익률이 5%를 넘었다. 모두 DB형(4.04%)보다는 1%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높았다. 근로자 본인이 직접 운용하고, 주식 등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 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도 높게 나타났다.

세 유형 모두 수익률 분포로 봤을 때 2~4%대 수익률을 낸 가입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DB형은 85.3%가, DC형은 67.2%, IRP은 53.7%가 이 구간에 속했다. 개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있는 IRP는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넓은 분포를 보였다. 특히, IRP는 수익률이 10% 이상인 경우도 13.3%에 달했다.

올해 발간한 백서에서 자신의 수익률 순위도 확인해볼 수 있다. IRP는 상위 1% 수익률이 33.2%에 달했다. 상위 10%는 12.5%, 상위 20%는 6.3% 등이었다. 만일 6%대 수익률을 냈다면 상위 20% 안에 드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또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사별 상위 10% 계좌의 자산 구성 평균을 내봤더니, 상위 10%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 실적 배당형에 집중해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은행 가입자의 84%, 증권은 92% 등으로 전체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실적배당형 비율 증가 추세

작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382조4000억원)보다 12.9%가량 늘었다. DB형이 214조6000억원으로 49.7%, DC형이 118조4000억원으로 27.4%, IRP가 98조7000억원으로 22.9%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IRP 적립금은 전년의 75조6000억원보다 30% 넘게 늘었는데, 2년 연속 30% 이상 증가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세제 혜택 등이 확대되면서 납입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예·적금, 보험과 같이 원리금 보장형이 아닌 주식 등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의 전체 적립금 중 비율은 2022년 11.3%, 2023년 12.8%, 2024년 17.4% 등으로 증가 추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 변화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장기 수익률 살펴야

다만 실적 배당형은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장 수익률이 높다고 ‘몰빵’을 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연금은 장기 상품이어서 장기 수익률을 살펴야 하고, 자금을 적절히 배분해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 작년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은 3.67%, 실적 배당형은 9.96%였지만, 10년을 기준으로 보면 각각 2.09%, 3.44%를 기록했다.

송인 신한 프리미어 PWM 서교센터 PB팀장은 “작년 미국 주식에 이어 올해는 국내 주식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채권과 주식 혼합형 상품에 투자한 가입자들의 수익률이 높게 나고 있고, 이런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연금은 장기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정도 수익률이 안정적인 상품을 가져가면서 주가가 떨어질 때 매수 기회를 찾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