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400조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금액이 전년 대비 53.3% 증가하며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세를 이끌었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는 9일 ‘퇴직연금 투자 백서’를 발간하고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년 대비 49조3000억원(12.9%) 늘어난 43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에 214조6000억원이 적립돼 가장 많았으며, 확정기여형·기업형IRP(DC)는 11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개인형IRP(IRP)는 98조7000억원이다.
운용방법별로는 원리금 보장형이 356조5000억원, 실적배당형이 75조2000억원으로 각각 82.6%, 17.4%를 차지했다. 실적배당형 상품 중 펀드는 TDF가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ETF 상품은 미국 시장의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집중 투자됐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4.77%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연 환산 수익률 2.85%, 10년 연 환산 수익률 2.31% 대비 대폭 증가한 수치다. 업권별로는 증권사 상품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과 보험사가 4% 이하 수익률 구간에 각각 84.7%, 77.6%가 몰린 것과 비교해 증권사는 39.1%에 불과했다.
반면 증권사에서는 연간 수익률이 10%를 초과하는 비율이 31.7%에 달했다. 은행과 보험사는 각각 5.2%, 4.1%에 머물렀다.
금감원은 “최근 가입자들은 안정성과 함께 수익률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퇴직연금 수익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RA)를 이용한 핀테크 업체를 혁신 사업자로 지정하고, 퇴직연금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IRP 한정 투자 일임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며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원하는 경우에 이 같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