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공약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 속에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인 4일 주가지수가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6% 오른 2770.8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올 들어 가장 많은 1조원대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를 기록하는 등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쌍끌이 매수가 쏟아졌다.
이제까지 문민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 이튿날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때(코스피 2.21% 상승)였다. 당선 발표 직후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이 기록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가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화폐 관련주인 코나아이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주가 부양의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사와 지주사 등 범금융주가 평균 7~8%, 가상 자산 관련주가 평균 7% 오르는 등 정책 수혜주들이 일제히 뜀박질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 5000’ 공약 기대감 넘실
주가지수 목표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때 ‘정권 교체 시 코스피 3000, 임기 내 코스피 5000’을 제시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5년 안에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목표 달성은 녹록지 않았다. 지금까지 코스피 최고점은 지난 2021년 7월 6일 기록한 3305.21포인트다. 코로나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풀리면서 유동성(돈)의 힘으로 주가가 밀려 올라갔던 때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과거 소형 잡주 몰빵 투자부터 선물·옵션까지 손댔다가 지금은 투자를 쉬고 있는 ‘휴면 개미’라고 칭할 만큼 투자에 밝은 데다, 경제 관련 공약 중 증시 부양 정책을 최전선에 내세울 만큼 주가 향방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1400만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 중 이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4050세대가 약 45%를 차지한다는 점도 주가 관리에 소홀할 수 없는 이유다.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부터 시작되나
지난 윤석열 정부의 주식시장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이 ‘입문’이었다면, 이재명 정부 대책들은 ‘심화 편’이다. 상법 개정과 집중 투표제 도입,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 상장사 입장에서 볼 때는 다양한 ‘채찍’이 동원될 예정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은 국회에서 이미 한 번 통과된 만큼 보완해 더 강하게 처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만 행사하지 않으면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해 초고속 재추진이 예상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코스피 5000포인트 돌파의 현실성을 따져보려면 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와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 시행 여부 등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 지수 편입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확대 개편 등으로 주식시장에 더 많은 돈이 흘러들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코스피 5000은 기업·경제 살아나야”
코스피는 4일 종가 대비 8.3%만 더 올라도 3000선에 닿는다. 그러나 미답의 5000까지 바라보는 건 전혀 다른 얘기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주가가 여기서 점프하듯 뜀박질하려면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기업과 나라 경제에 대한 기대가 확실히 달라지는 일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이 밸류업으로 주가 부양에 성공한 것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과거 화려했던 시절 기업들이 벌어놓은 부를 주주에게 돌려준 결과다. 일본은 원 찬스(단 한 번의 기회)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기업들이 벌어놓은 것을 한 번에 나눠 갖고 끝내는 일본의 길을 따라갈지, 수출 의존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야기된 0%대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게 나을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