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헬스케어업체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을 대거 순매수한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토스증권 커뮤니티(종목 토론방)에서 퍼진 허위 뉴스로 몸살을 앓았다. 이 커뮤니티에서 회사가 배당을 중단한단 근거 없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해당 뉴스는 커뮤니티에서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한 투자자가 제공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시가총액이 워낙 커 국내에서 퍼진 허위 뉴스로 시세가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락 폭이 커지는 흐름이 포착됐다. 해당 소식을 접한 투자자 중 낮은 가격에 물량을 던진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토스증권의 커뮤니티 기능이 일대일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불법 리딩방으로 변질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새벽 한 투자자는 토스증권 커뮤니티에 ‘속보: 유나이티드헬스그룹, 갑작스러운 배당 일시중단 발표…시장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하며 회사가 곧 배당 지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해당 투자자는 토스증권이 정한 ‘인플루언서 투자자’로, 5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들에게 부여되는 인증 배지를 달고 있다. 해당 종목에 관심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해당 소식이 커뮤니티에 전해진 오전 12시쯤,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시가총액이 약 375조원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들의 매매가 시세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해외 뉴스에 접근이 어려운 일부 투자자는 커뮤니티에 나온 소식만 보고 장중 매도한 경우도 있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지난 한 달간(5월 4일~6월 3일)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으로, 최근 서학개미들의 ‘원픽’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간 순매수액은 3억5009만달러(약 4811억원)로, 2위에 오른 애플의 순매수 규모(1억8921만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토스증권이 해외 주식 거래 시장에서 2위 사업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국내 투자자가 해당 뉴스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 주주 인증 이용자는 “인플루언서 투자자가 저가 매수를 위해 가짜뉴스로 여론을 조성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태로 토스증권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추종매매를 유도하는 주식리딩방으로 변질될 수 있단 우려가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토스증권은 사용자에게 일종의 배지를 제공해 영향력 있는 투자자를 육성하고, 이를 활용해 사용자 수를 확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인플루언서(팔로워 500명 이상)’, ‘자산가(보유액 5000만원)’, ‘수익 상위 5%(90일 내 판매수익금 상위 5%)’등의 배지를 받으면 이들의 거래내역과 포트폴리오가 공개된다.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이 높은 이들이 공개한 투자 종목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무분별한 추종매매를 유도할 수 있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토스증권의 커뮤니티가 (주식) 리딩방과 비슷하다는 외부 평가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투자 수익 상위 5%에 해당하는 이용자에게 자동으로 ‘주식 고수’ 배지를 부여했다. 그런데 일부 이용자들이 해당 배지를 달고 커뮤니티 내에서 투자 조언을 제공하면서 유사 투자자문 행위 논란이 일었다. 결국 지난해 5월 ‘주식 고수’ 배지명을 ‘수익 상위 5%’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