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팝스타 찰리 푸스가 오는 8월 16일 국내 음악 축제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내한합니다. 국내 최초 페스티벌 출연입니다. 콘서트 일정으로도 빡빡해 해외 유명 페스티벌에서도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그입니다. 페스티벌은 콘서트와 달리 다양한 팬들을 만날 수 있고, 스탠딩으로 즐기기 때문에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2. 지난달 25일 서울 잠수교에서는 그룹 세븐틴의 10주년 생일파티 ‘B-DAY PARTY : BURST Stage @잠수교’가 열렸습니다. K팝 아티스트 최초 잠수교 공연입니다. 한강을 배경으로 펼쳐진 불꽃놀이는 파티의 성대함을 보여주기에 제격이었습니다. 곡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에서는 분수가 세븐틴 공식색으로 물들었고, ‘음악의 신’을 부를 땐 물줄기가 박자에 맞춰 춤을 췄습니다. 곡 ‘아주 NICE’의 박자에 맞춰서는 황금색 불꽃이 화려하게 터졌습니다.
이 행사들은 모두 여인택(36) 피치스그룹코리아 대표와 관련이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다고요? 2021년 서울 성수동에 자동차 문화 공간 ‘피치스 도원’을 만들어 성수동을 힙스터들의 성지로 만들었던 그입니다. 이후 4년 만에 그는 사양 산업이던 주유소 사업을 궤도에 올렸고, 2023년부터는 ‘원유니버스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유명 팝스타들의 내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00% 자회사 ‘컬처클럽콜렉티브’를 만들어 세븐틴 잠수교 행사 등도 대행사로 참여합니다. 그는 어떻게 4년 만에 이 모든 것들을 이루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그의 꿈은 무엇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56번째 이야기입니다.
<1>변호사를 꿈꾸던 모범생, 군대에서 새로운 꿈이 생기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법조인 아버지와 음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 대표는 어릴 때부터 모범생이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유능한 법조인으로 성장하길 바랬고, 그도 당연하게 법조계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미시간대에서 문화심리학을 전공한 것도 미국 로스쿨 진학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이토록 견고했던 그의 꿈과 미래가 뒤바뀐 건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후였습니다.
-군 생활이 진로를 바꿨다고요.
“2011년 6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강원도 고성 22사단 53연대에서 중대통신병으로 복무하였습니다. 당시 최전방을 중심으로 각종 사고들이 생기면서 도움이 필요한 병사(구 관심사병)에 대한 문제가 커졌습니다. 제가 심리학과 재학 중인 걸 안 군에서는 제게 상담 업무를 맡겼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약 20명 정도의 도움이 필요한 병사들을 고충상담병으로 관리했고, 전역 후에는 육군본부 포함 10군데 정도의 부대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쯤 22사단에서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라는 것이 꾸려졌거든요. 당시의 경험으로 2013년 ‘군대심리학’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아우어 베이커리’ 등을 만든 요식업계 미다스손 CNP푸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군 제대 후 심리학에 재미를 느낀 저는 ‘심리학과 교수가 돼야 겠다’고 생각하고 서울대 심리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그때쯤 한 모임에서 CNP 푸드 창업 멤버인 노승훈, 김으뜸, 김상선, 신동민, 김주필 형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형들의 사업 계획을 듣고 흥미가 생긴 저는 책으로 번 인세를 전부 CNP에 투자하며 초기창업 멤버 겸 투자자로 합류했습니다. 당시 형들과 함께하며 많이 배웠었습니다. ‘문화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과 의류를 판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코어(핵심 철학)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2>첫 차로 알게 된 자동차 문화, 성수동을 힙하게 바꾸다
-자동차 문화 공간 피치스의 시작은요?
“CNP푸드 창업을 통해 번 돈으로 2014년 첫 차를 사면서 자동차 튜닝의 길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때 재미로 피치스(자동차 뒷부분을 가리키는 은어) 차랑용 스티커를 만들었는데 주위 반응이 좋았습니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도 생겼어요. ‘이게 돈이 되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2018년 법인을 만들고 ‘스파크랩’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CNP 경험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꼭 사업 계획을 검증받고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21년 오프라인 공간 성수동 도원을 오픈한 이유는요?
“대중이 자동차 문화를 토론하며 어울릴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수동에 2320㎡(약 700평) 규모로 ‘피치스 도원(D8NE)’을 열었습니다. 도원은 ‘도원결의’에서 따온 말입니다. 도원의 8은 자동차 바퀴를 상징하기도 하고 옆으로 놓았을 때 무한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피치스의 개념을 제한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반응이 좋아 한국타이어·신세계·아모레·현대차 등과 협업하게 됐습니다.”
-사양산업인 주유소 사업도 시작했는데요.
“주유업은 저희 주요 캐시카우입니다. 피치스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의류 판매량 보다 이미지를 잘 지키는 것이 중점이고, 페스티벌은 언제나 손해를 볼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마진이 적더라도 1)매출 볼륨을 늘릴 수 있고 2)회수일이 빠르며 3)영업이익을 만들 수 있고 4)피치스의 코어 문화인 자동차와 밀접한 사업이라고 생각해 주유업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자본력으로는 주유소 땅을 매입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임차 조건이 좋은 부산을 중심으로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문화 행사를 하기도 좋고요. 현재 안정적으로 성장해 올 하반기면 약 10개의 주유소를 운용하게 됩니다.”
-지금 피치스 도산도 공사 중인데요.
“성수동은 월세가 너무 올라 저희가 하고 싶은 행사를 자유롭게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처음 진입한 2020년 대비 월 비용이 약 5배 정도 증가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으로만 활용 중입니다. 대신 자유롭게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압구정 도산 공원으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과거 ‘오렌지족’의 터전이라는 스토리도 있고요. 오는 9월 오픈할 예정입니다.”
<3>전교회장 선거에 떨어지고, 사람의 연결에 눈을 뜨다
여 대표 인생의 첫 시련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진 것이다. 당시 그는 어린 마음에 ‘전교생 앞에서 망신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때부터 반항심에 음악과 영화, 게임에 빠졌다.
-중학교 때 디제잉을 배웠다고요?
“선거에 떨어진 이후 매일 방에 틀어 박혀 음악을 듣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저를 미국으로 보내셨어요. 당시엔 아시안들이 주목 받지 못하던 시기였어요. 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댄스파티를 열었는데, 제가 DJ를 하고 싶다고 손을 들었지요. 그 때부터 유튜브를 보며 독학했고, 댄스 파티에서 한 디제잉은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저에 대한 이미지 뿐만 아니라 한인 유학생들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게 된 계기가 됐어요. 행사와 음악, 사람과의 연결이 주는 힘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미시간대 입학 후에는 위안부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는 유학생 단체 GLA(Global Leaders Association)도 만들었다고요.
“유학생들은 방학 기간 한국에 들어와 ‘일일 카페’를 하며 돈을 벌어요. 그런데 보니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행사를 준비해 날짜가 겹치더라고요. 제가 당시 한인학생회 부회장이었는데, 20개 대학 한인학생회에 ‘이렇게 다 따로 할 것이 아니라 연합을 만들어서 더 크게 한다면, 더 많은 사람도 오고, 수익도 많아 지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GLA가 탄생했어요. 지금은 위안부 등 사회적 이슈 뿐만 아니라 채용 행사 등도 개최하는 단체가 됐습니다.”
-페스티벌 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이유는요?
“제가 하는 모든 일을 엮어줄 최종판이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했어요. 음악과 공연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요. 자동차 시동을 걸었을 때 ‘부웅’하고 느껴지는 떨림과 울림을 음악이라고 하는 매체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페스티벌은 2023년 10월이었어요. 피치스 도원이 탄생한 성수 서울숲에서 국내 최초로 ‘릴 우지 버트’, ‘키드 커디’ 등을 초청해 공연했습니다. 피치스가 순식간에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기 때문에 원유니버스페스티벌도 사람들이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는 오만이었지요. 첫 행사에 40억원이라는 어마무시한 금액을 잃게 됐습니다.”
-올해는 ‘찰리 푸스’를 헤드라이너로 부른 것이 화제인데요.
“원유니버스 라인업의 주요 명분은 ‘자동차 문화와의 관련성’입니다. 찰리 푸스는 자동차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 7’에 나온 OST ‘씨 유 어게인(see you again)’을 부른 가수기에 가장 부르고 싶은 아티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평소 찰리는 단독 콘서트 일정으로 페스티벌에 자주 출연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워낙 한국팬들을 좋아하고, 페스티벌에서는 다같이 스탠딩으로 뛰어놀 수 있어 너무 궁금해 참가를 결정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원유니버스페스티벌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코첼라로 전 세계 스타들이 앞다투어 오고 싶어하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피치스그룹으로는 패션, 공연, 주유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오래갈 수 있는 레거시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올해 말 약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