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 대출이 6조원 가까이 늘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추가 금리 인하와 대선 후 집값 상승 기대 등에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족이 늘고 있고, 주식, 가상 자산 등에 대한 빚투(빚을 내 투자)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다음 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 한도를 줄이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늘어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작년 7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갑자기 두 달 미루자 7~8월 가계 대출이 폭증했던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 대출 6조원 가까이 증가

1일 금융권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체 금융권의 가계 대출은 전달보다 6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작년 10월(6조5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전체 금융권 가계 대출은 올해 2월(4조2000억원), 3월(4000억원), 4월(5조3000억원) 등에 이어 넉 달 연속 증가세다. 토지거래 허가제 해제·지정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1~3월) 주택 거래가 크게 늘며 주택 담보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가정의 달 연휴, 국내 증시 호조 등으로 인한 자금 수요로 신용 대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그래픽=박상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 대출은 지난달 29일 기준 전달보다 4조2108억원 증가했다. 역시 지난 2월 이후 넉 달 연속 늘고 있다. 5대 은행 주택 담보 대출은 지난달 29일 기준 3조1527억원가량 늘며 전달에 이어 3조원대 증가 폭을 이어갔다. 신용 대출도 1조815억원이 늘어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선 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금리 추가 인하 전망 등으로 가계 대출이 늘고 있다”며 “주식, 가상 자산 등의 투자를 위해 신용 대출을 쓰는 고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출 막차 수요’ 급증 재현되나

금융권 가계 대출은 작년 7~8월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 당국이 7월 시행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갑자기 9월로 두 달 늦추며 대출 막차 수요가 급하게 몰렸던 때다. 5대 은행의 작년 8월 가계 대출은 9조6259억원 늘었고 이 중 주택 담보 대출은 8조9115억원쯤 늘며, 은행에서 시계열을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각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음 달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작년 같은 가계 대출 급증 우려를 키우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3억4543만원으로 전월 대비 1578만원이 올랐다. 1월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7040만원가량 뛰었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넷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2% 하락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16% 올라 17주 연속 상승했다.

◇핀셋 규제 내놓나

금융 당국은 가계 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가 ‘핀셋 규제’를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단 이달부터 전세 대출 보증 비율이 90%로 낮추는 방안이 예고돼 있다.

‘핀셋 규제’로 거론되는 것은 추가로 전세 대출 보증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전세 대출에 대한 보증 비율을 낮추면 보증 기관의 책임 비율이 줄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를 보다 까다롭게 하고 대출 한도도 축소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앞서 지난 1월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세 대출 보증을 100%로 한다고 하면 대출해 주는 은행은 전혀 심사를 안 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SGI서울보증보험은 이달 11일,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달 13일부터 전세 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강화한다. 그런데 가계 대출 증가 상황에 따라 이를 수도권에서 70~80% 정도로 추가 축소하는 방안 등이 도입될 수 있다고 은행권에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