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증시가 부진한데도 그간 미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던 서학 개미(해외 주식을 사는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달 7개월 만에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로 돌아섰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5월 한 달간 미국 주식을 총 13억1085만달러(약 1조81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이어지던 미국 주식 순매수 흐름이 꺾인 것이다. 이 기간 누적 순매수 규모는 171억5720만달러(약 23조7420억원)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월 각국에 고율의 상호 관세를 예고하며 미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던 때에도 서학 개미들은 미국 주식을 37억540만달러(약 5조13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런 흐름이었던 서학 개미들이 5월 들어 ‘팔자’로 돌아선 것은 원화 환율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한때 1500원에 육박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5월 들어 1300원대로 떨어지면서, 환차손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투자했던 돈을 원화로 환전할 때 손실이 발생한다.

다만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5월 한 달간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유나이티드헬스그룹으로, 3억4800만달러(약 4820억원) 순매수했다. 이 종목은 메디케어 관련 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며 올 들어 약 40% 하락했다.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디렉시온 20년 이상 미국채 불 3배 ETF(1억7500만달러)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ETF(1억3410만달러)도 순매수 2위, 4위에 올랐다.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에 미국 재정 적자 우려가 겹치며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이 ETF들은 5월에 각각 11%, 3.6%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