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5월 26~30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4% 가량 상승 마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호실적,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8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지수를 쌍끌이했다.

이번 주(6월 2~6일)에는 제21대 대통령 선거(3일)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이미 주가지수에 선반영돼있는 만큼 대선이 끝나면 호재가 소멸돼 증시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쪽에서는 대선 종료가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신호로 해석돼 상승장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달 30일 강원 속초시 청학동 속초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연합뉴스

◇관세 우려 완화·기준금리 인하에 연고점 돌파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2697.67로 마감했다. 월요일인 26일 2% 이상 급등한 데 이어 28, 29일에도 1% 넘게 오르며 연고점인 2720.64를 기록했지만, 30일엔 0.84% 하락 마감하며 2700선을 내줬다.

지난주 우리 증시의 반등을 이끈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었다. 미 연방 국제무역법원(CIT)은 28일(현지 시각)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미 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수입품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려 했으나, CIT는 이를 위법하다고 봤다.

28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호재도 나왔다.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0.25%포인트(p) 내린 연 2.5%로 결정했다. 작년 10월 이후 네 번째 금리 인하다.

글로벌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웃돌았다는 소식도 우리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엔비디아는 1분기 주당순이익이 96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컨센서스는 93센트였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440억6000만달러로 컨센서스(433억1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이처럼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 주 동안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는 국내 기관이 1조5980억원을, 외국인이 2530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견인했다. 국내 기관과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각각 1340억원, 309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기관의 매수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일주일 동안 두 종목을 721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중공업이었다. 총 254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현대로템(2130억원)이 뒤를 이었다.

◇ “대선 호재, 주가에 선반영” VS “밸류업 정책 확인 후 외자 재유입”

이번주 우리 증시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확정되고 나면 대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선 후보들의 증시 부양책(상법 개정안 등)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3일 대선 이후 차기 대통령이 확실시되면 후보들의 공약 덕에 상승했던 종목들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통계에 따르면, 대선이 치러지고 한 달 뒤 코스피지수는 평균적으로 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선 이후에도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지연 DS증권 연구원은 “대선 효과가 선반영됐고 이벤트 이후 대체로 증시가 하락했던 건 맞지만, 지금은 외국인의 수급 확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있는 만큼 주가지수가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정환 연구원도 “상법 개정안 등 주식시장의 배당성향 및 자사주 매입을 확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그 이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선 효과’가 3일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특히 다음 정부에서도 밸류업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밸류업 대신 ‘부스트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코스피 5000 돌파’라는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장기 주식·펀드 보유자를 대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증시 부양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배당 성향이 증가할 여지가 큰 기업으로는 미래에셋생명(085620)(현재 배당 성향 0%), 아모레퍼시픽(090430)(3.4%), 현대모비스(012330)(13.1%),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15.1%) 등이 꼽힌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면서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는 아모레퍼시픽(090430), 삼성물산(028260), DB손해보험(005830) 등이 꼽힌다.

증권 업계에서는 또 두 후보 모두 AI와 방산 분야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증권 업계에서는 솔트룩스(304100), 루닛(328130), 엠엔씨솔루션 등을 수혜주로 꼽는다.

대선뿐 아니라 미국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CIT의 상호 관세 무효 판결에 불복해 즉시 효력 정지를 요청했는데, 이것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인용됐다. CIT의 판결 이후 하루 만에 상호 관세 부과가 일시적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는 30일 우리 증시에 즉각 악재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