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주가가 급등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면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앤컴퍼니는 29일 장 마감 직전 주가 상승폭이 커지면서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1만7000원대에서 상승 출발했는데, 장중 상승폭이 커져 1만8000원~1만9000원을 넘었다. 장 막판 상승폭은 17% 안팎에 이른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1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배임 혐의에 징역 6개월을,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 회장에 실형이 선고되면서 기존에 허용된 보석이 취소되고 조 회장은 법정 구속됐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로 2023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MKT는 조 회장과 한국타이어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검찰은 이런 부당한 지원으로 한국타이어가 131억원 규모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MKT에 몰아준 이익은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봤다.

조 회장은 2017∼2022년 회삿돈 75억5천여만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받았다.

시장에서는 조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권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과거 발생한 경영권 분쟁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회장은 2023년 장남 조현식 고문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조 고문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함께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을 지원하면서 조 고문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공개매수 참여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번 1심 결과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범 회장이 가진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 조현범 회장이 가진 회사 지분은 42.03%다. 조양래 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47.24%에 달한다. 조현식 고문이 가진 지분은 18.93%이고, 차녀 조희원씨는 10.61%를 갖고 있다. 소액주주가 가진 지분은 19.0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