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연중 수익률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보통 여름철 국제 유가가 수급 영향으로 반등하는 점을 고려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사자’에 나섰지만,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의 하루 상승·하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1066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보다 29.8%(452원)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 유전에서 시추기가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환 헤지(Hedge·위험 회피)를 하는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도 올해 들어 이날까지 25% 안팎 하락했다. WTI 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신한 WTI원유 선물 ETN(H)도 같은 기간 10.8% 내렸다. WTI 가격이 올해 1월 배럴당 80달러에서 현재 60달러 선까지 밀렸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는 이들 상품을 이달 중순부터 다시 순매수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과 허리케인 발생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로 보인다.

먼저 드라이빙 시즌은 메모리얼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까지 기간을 가리킨다. 미국인들이 자동차 여행과 야외 활동에 나서면서 석유 소비가 급증한다. 지난 10년간 월별 미국 내 차량 주행 거리와 휘발유 소비량 모두 5~8월에 정점을 찍었다. 미국 내 자동차가 사용하는 휘발유가 전 세계 원유 수요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국제 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또 6월부터 11월까지는 멕시코만(미국만)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에는 원유 생산·정제 시설이 밀집해 있어 허리케인 영향권에 들면 가동 중단에 돌입하고는 한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예년만큼 여행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라니냐(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가 끝나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원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발적 추가 감산에 나섰던 OPEC+ 8개 회원국은 오는 31일 화상 회의를 열 예정인데, 하루 41만1000배럴 증산을 확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OPEC+는 지난 4월부터 하루 13만8000배럴씩 단계적 증산을 이어가기로 했다가 이달부터 하루 41만1000배럴로 늘린 상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관세로 인한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OPEC+의 공급 증가 가능성으로 국제 유가가 제한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드라이빙·허리케인 시즌으로 단기 수급 차질과 그에 따른 유가 반등 가능성이 있지만, 하방 추세를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