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진경·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적어지더라도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겠다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작년 국민연금 조기 수령을 선택한 사람이 이미 90만명을 넘어섰다. 작년에만 앞당겨 받은 사람이 5만명 가까이 늘었다. 국민연금을 예정 시점보다 앞당겨 받는 건 유리한 선택일까. 조기 수령을 고려하고 있다면 따져봐야 할 점들을 살펴보자.

그래픽=양진경

◇조기 수령 시 감액

국민연금 의무 납부 기간은 만 59세까지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은 출생 연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1961~1964년생은 만 63세, 1965~1968년생은 만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예정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시점보다 최대 5년 앞당겨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조기 수령’이다. 예를 들어, 1965년생은 만 64세보다 5년 앞당긴 만 59세부터 조기 수령을 할 수 있으므로 지금 조기 수령이 가능하다. 조기 수령을 선택하면 1년씩 앞당겨 받을 때마다 연 6%씩 감액된다. 5년 조기 수령할 경우 총 30% 감액된 금액으로 평생 지급된다. 예를 들어, 원래 월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5년을 앞당겨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월 70만원만 받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국민연금을 최대 5년 늦춰 받을 수도 있다. 이를 ‘연기 연금’이라고 한다. 1년 연기할 때마다 연 7.2%씩 증액된다. 최대 5년을 연기하면 총 36% 증액된 금액으로 평생 지급된다.

즉 국민연금을 빨리 받으면 더 적은 금액을, 늦게 받으면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하는 것이다. 단순히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65세에 정상 연금을 수령한 경우와 이보다 5년 빠른 60세에 조기 연금을 선택한 경우, 76세가 넘어가면 정상 연금 수령자의 누적 수령금이 더 많아진다. 즉 이 경우는 76세 이상 생존한다면 조기 수령보다 정상적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물가 상승률까지 고려한다면 조기 수령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연 3%라면, 5년 후 받는 100만원의 가치는 현재 가치로 약 86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미리 받는 게 돈의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 등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물가 상승률이 다시 크게 뛴다면 조기 수령의 이점이 더 커지는 것이다.

◇초과 소득 있어도 감액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시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초과 소득이 있으면 이때도 감액 대상이 된다. 감액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이때 기준이 되는 일정 소득을 국민연금에서는 A값이라고 부른다. A값은 최근 3년간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월액으로 추산된다. 올해 기준 약 월 309만원가량이다. A값으로 감액 금액을 계산할 때는 세법상 근로소득금액과 사업소득금액 두 가지만 고려한다. 근로소득금액은 총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를 제외한 금액을, 사업소득금액은 매출액에서 필요 경비를 공제한 금액이다. 근로자라면 연봉이 5000만원 정도를 넘을 때 감액되고, 개인 사업자의 경우 연간 매출에서 필요 경비를 뺀 금액이 약 3700만원을 넘으면 감액된다.

이처럼 초과 소득으로 초기 5년간 연금이 크게 깎인다면, 오히려 5년 뒤 연기 연금을 신청해 평생 더 많은 금액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또 국민연금 수령액은 근로소득·사업소득과 합산돼 종합소득 과세 대상이 되므로 소득이 많은 기간에 연금을 수령하면 세금 부담 역시 커진다.

한편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적 연금, 기타 소득 등은 A값 합산 대상이 아니므로 연금 개시 당시 이런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국민연금이 감액되지 않는다.

◇조기 수령이 유리한 경우

60세 이후 소득이 끊겨 기본적인 생활비나 여유 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는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지병이 있거나 가족력, 위험한 직군에 종사하는 경우처럼 기대 수명이 짧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건강하더라도 언제 생을 마감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고려해 ‘받을 수 있을 때 받는 게 낫다’는 실용적 판단으로 조기 수령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조기 수령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유지에 유리한지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건강보험공단이 판단하는 소득에 무조건 포함되며,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다. 반면 국민연금 외에 다른 소득이 없고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4000만원 이하라면, 국민연금을 월 166만원 이하로 수령할 경우 일하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피부양자 자격을 위해 조기 수령으로 수령액을 낮추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하다.

◇연기 연금이 유리한 경우

만 65세 이후에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A값을 크게 초과해 국민연금이 감액되는 경우, 연기 연금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즉 종합과세 부담과 감액된 연금을 지금 받기보다는, 최대 5년까지 연기해 감액 없이 평생 더 많은 연금을 받는 편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70세까지 일을 계속하고 은퇴하는 경우에도, 은퇴 이후 연금을 더 많이 받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노후 자금에 여유가 있고 건강관리에 자신이 있어 83세 넘게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추후에 더 높은 금액으로 연금을 받는 방식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