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위 자리를 두고 대형주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5위는 확고하게 현대차의 몫이었지만,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와 금융 ‘대장주’ KB금융이 급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달 들어 세 종목이 번갈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선 한화에어로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말 주가 30만원대 초반, 시가총액 14조원대로 시가총액 27위(우선주 제외)에 머물던 한화에어로는 방산주 열풍에 힘입어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11% 급등을 시작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지난 7일 시가총액 40조원을 돌파하며 단숨에 시가총액 5위에 오르면서 현대차가 6위로 밀려났다. 이후 5월 12일 다시 현대차가 5위를 탈환하는 등 두 종목은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던 지난 21일 KB금융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6위를 차지해 5위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급기야 26일엔 KB금융이 한화에어로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27일 한화에어로가 6% 넘게 급등하면서 순위는 다시 5위 한화에어로(41조9517억원), 6위 KB금융(40조1005억원), 7위 현대차(37조2454억원)가 됐다. 세 종목 간 시가총액 격차가 수조원 이내로 좁혀져 있는 데다 저마다 강점이 있어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구도다.

그래픽=양진경

◇美 관세 ‘무풍지대’ 한화에어로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방산 수출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한화에어로는 본격적인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3월 말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다소 침체하기도 했지만, 한화에어로는 4월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방산업이 상대적으로 ‘무풍지대’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26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다음 달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세계적으로 방위비 지출 확대 흐름이 지속한다는 점도 호재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는 미국, 중동,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생산기지 확보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미 확보한 방대한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하고, 지역별 점유율을 넓히며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주주 환원 선도주’ KB금융

KB금융은 주주 환원 강화 기대를 바탕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최근 투자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외국인은 1275억원어치, 기관은 886억원어치 KB금융을 순매수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은행들의 주가는 대체로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발표 규모에 연동되고 있다”면서 “KB금융은 은행 지주사 중 주주 환원 여력 자체가 높고, 배당 추가 확대와 선제적 자사주 매입 결정 등 주주 환원 의지도 강하다”고 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순이익 5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KB금융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전통 강호 현대차, ‘저평가 매력’

현대차는 최근 시가총액 5위 경쟁에서 다소 밀린 모습이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주신 D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직접적인 미국 관세의 부담이 발생할 예정”이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글로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관점에서 주가가 너무 싸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사업 현실화에 따라 주가가 반등하기 쉬운 구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