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사거리에 있는 올리브영 명동타운점. 제품 코너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상품을 고르는 외국인들로 붐볐다. 매장에서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계산대 대기 줄 전광판에는 ‘세금 환급을 받으려면 여권을 준비하세요’라는 안내 글귀가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나왔다. 매장 2층에는 세금을 바로 환급받을 수 있는 ‘택스 리펀존’이 마련돼 있었다. 이날 선크림, 마스크팩 등을 샀다는 한 미국인 관광객은 “친구들에게 부탁받은 물건까지 사느라 같은 제품을 여러 개씩 담았다”며 “한국 화장품이 유명하다고 해 살 것이 많다”고 했다.

화장품 고르는 외국인 관광객 27일 서울 명동의 한 길거리 화장품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하나카드가 올해 1~4월 외국인의 카드 이용 건수 상위 유통 매장을 꼽아본 결과, 올리브영 지점이 명동타운점 등 4곳이나 들어갈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거리 매장을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K뷰티 쇼핑’이 붐을 이루면서, 올리브영·다이소 등 길거리 매장이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그러다 보니 최근 이런 매장을 찾는 외국인 숫자가 인근 주요 백화점을 찾는 경우를 넘어서기도 했다.

26일 하나카드가 올해 1~4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결제한 카드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유통 업종 이용 건수 상위권에 올리브영의 각 지점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들의 카드 이용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아이돌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같이 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더현대 서울’이었지만, 이어 CJ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이 2위에 올랐다. 특히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은 카드 이용 건수에서 인근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보다 10% 가까이 많았고, 신세계백화점 본점보다는 2배쯤 많았다. 결제 금액은 롯데백화점 본점이 2배 이상,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1.5배 많았지만, 이용자 수는 올리브영이 크게 앞질렀다. 같은 명동 지역의 주요 백화점들보다 올리브영에서 쇼핑한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래픽=정인성

외국인 이용 건수 상위 1~10위 매장 중에는 명동타운점을 포함해서 성수점·홍대타운점·명동점 등 4곳이 올리브영 매장이었다. 최근 열린 본지의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행사를 찾은 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도 “한국에 온다고 하니 딸들이 올리브영 쇼핑 목록을 적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올리브영은 27일 ‘올리브영 명동거리점’을 새로 열었다. 올리브영 지점 이름에 ‘명동’이 들어간 곳만 7곳에 달한다.

‘K뷰티’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면서 이들 사이에서는 ‘올리브영이 할인하는 3·6·9·12월 초에 여행을 계획하라’ ‘올리브영보다 저렴한 약국 화장품을 공략하라’ 등 다양한 팁이 공유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 헤어와 메이크업 해보기’ ‘4박 5일 뷰티 투어’ 등 ‘K뷰티’를 테마로 한 다양한 여행 상품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