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잇따라 배당 확대,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그 수혜 대상으로 꼽히는 우선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주요 우선주 20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우선주 지수’는 최근 한 달(4월 23일~5월 22일) 동안 5.4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3%)을 웃돌았다. 종목별로는 두산 우선주가 73.72% 급등해 본주인 두산(38.15%)보다 35.57%포인트나 더 많이 올랐다. LG 역시 우선주 상승률(4.58%)이 본주(3.24%)를 앞질렀다. 그 밖에도 현대차, 삼성전자, 삼성SDI, LG생활건강, LG화학 등 주요 기업들의 우선주가 본주 대비 더 나은 성과를 기록했다.
우선주는 일반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대신, 대체로 배당을 더 많이 주는 조건을 갖는 주식이다. 의결권이 없어 경영 참여가 제한돼 본주보다 가격이 낮은 게 보통이지만, 배당금은 본주와 같거나 더 받을 수 있어 투자 수익률은 더 높다. 그래서 수익률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본주와 우선주 3종목(현대차우, 현대차2우B, 현대차3우B)에 모두 주당 25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본주는 18만원대지만, 우선주는 14만원대여서 투자금 대비 배당 수익률은 우선주 쪽이 훨씬 높다.
◇정책 기대감에 우선주 강세
최근 우선주 강세는 상장사들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과 맞물려 배당을 늘린 기업이 늘면서, 우선주가 ‘고배당 테마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배당 확대, 주주 환원을 강조하는 공약이 쏟아지자 정책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우선주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1일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배당소득세 조정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진짜 배당을 늘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시뮬레이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 법인의 배당소득에 대해 별도 세율을 적용해 배당을 늘리자는 취지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5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20% 분리과세하겠다는 공약을 공식 발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세 완화 등 상장사들의 배당 확대 유인을 장려하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보통주 대비 괴리율이 큰 우선주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통 적은 우선주 가격 왜곡 우려
하지만 우선주를 투자할 때 유의할 점도 적지 않다. 유통 주식 수가 적은 일부 우선주의 경우, 일시적인 수급에 따라 주가가 쉽게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진 한진칼과 한진칼 우선주는 지난 13, 14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호반그룹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자, 15일 한진칼 본주가 17% 급락했다. 그러나 한진칼 우선주는 오히려 15.8% 급등했다. 업계에선 이런 현상을 우선주 유통 주식 수가 적어서 생긴 가격 왜곡 현상으로 해석했다. 한진칼의 유통 주식은 약 6632만 주에 달하지만, 우선주는 53만 주로 본주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최근처럼 정치 테마주에 쏠림 현상이 벌어지며 급등락하는 장세에서 테마성 수요가 쏠릴 경우, 이 같은 가격 왜곡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두산 우선주 가운데 두산2우B는 최근 한 달간 본주인 두산(38.15%)과 다른 우선주인 두산우(73.72%)를 모두 웃도는 108.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산2우B는 지난 9, 12일, ‘소수 계좌 매수 관여 과다’ 사유로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소수 계좌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거래량을 일으켜 시세 조종 가능성이 우려됐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