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연금 삼총사’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면 이 세 가지로 탄탄한 ‘3층 연금’을 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선 연금 계좌에 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연금 백만장자’가 빠르게 늘어 50만명을 넘어섰다. 마음 든든한 연금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재테크 명강’에 출연해 장기 투자로 연금 부자가 되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연금 계좌에서 꾸준히 저축하며 투자해나가는 것이 노후에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미국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주 닐슨 교수는 연세대를 나와 UC버클리 금융공학 석사, 피츠버그대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미국 월가에서 JP모건, 시티그룹 등에서 채권과 퀀트 투자 전문가로 활약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 트레이더 등으로 15년 활동하다 교수로 일하며 은퇴 설계 핀테크 기업도 세웠다.
◇투자의 대원칙 세 가지
영주 닐슨 교수는 투자의 법칙을 고스톱 게임에 빗대 설명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도구와 룰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스톱을 하려면 각 카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점수를 내는지 알아야 한다. 투자 역시 그 방법과 도구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게 비슷하다. 예컨대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는 미국 시장에 투자하고 싶다면 투자 도구 중 하나인 S&P500 지수가 기간별로 어떤 수익률을 냈는지,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 대략적으로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투자할 때에도 고스톱 카드처럼 자산을 골고루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산 배분의 중요성이다. 우리는 언제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큰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선 한 가지보다 여러 가지에 나눠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영주 닐슨 교수는 “100만원을 투자해 50%를 잃었다면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그다음엔 100%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며 “너무 큰 손실이 나지 않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주요 ETF(상장지수펀드)들의 누적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이들 포트폴리오를 섞었을 때 손실 구간에서 선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원칙은 ‘언제 멈출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스톱 게임을 할 때 우리는 ‘고(Go)’를 할지 ‘스톱(Stop)’을 할지 정해야 한다. 주식·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 후 손실을 보든 수익을 보든 이걸 계속 보유할지, 팔지 정해야 한다. 리밸런싱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이렇게”
어떤 자산의 가격이 올라갈지 또는 내려갈지를 예측해 자산을 사고파는 것을 ‘마켓 타이밍’이라고 한다. 이것을 잘하면 가장 좋지만, 예측이 어렵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자산을 사고파는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나름의 규칙을 정해놓고 리밸런싱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어떤 투자자는 3개월, 6개월 등으로 주기를 정해놓고, 자신이 당초 생각했던 자산 배분 비율을 벗어나게 되면 조정에 나선다. 다른 투자자들은 자산이 가격이나 수익률 예상 범주를 벗어나면 리밸런싱을 하기도 한다. 자산 30%를 채권에, 70%를 주식에 배분해뒀는데 채권 가격이 올라 비율이 40%가 됐다면 채권을 팔아 주식 비율을 높이는 식이다.
시간과 수익률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리밸런싱을 하는 게 좋을까? 영주 닐슨 교수는 “답은 없다. 리밸런싱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리밸런싱의 번거로움을 덜어줄 상품으로 ‘TDF(타깃데이트펀드)’를 추천했다. TDF는 은퇴 시점을 설정한 뒤 생애주기에 맞춰 운용사가 주식과 채권 비율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상품을 가리킨다. 젊을 때에는 주식 비율이 높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은퇴 시점까지 자산 비율이 변화되는 모습이 마치 비행기 활강 경로와 비슷하다고 해서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라고도 부른다. 영주 닐슨 교수는 “시중에 비슷한 TDF 상품이 많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식 비율을 줄이는 속도나 비율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퇴직연금을 굴릴 TDF를 고를 때 이 정도는 비교해보고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