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오랜 격언인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가 올해는 어긋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매년 5월만 되면 월가 주가가 주춤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두 개입으로 이달 들어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은 최근 2주 동안 6% 상승했다.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주식을) 매수하기 정말 좋은 시기”라고 말한 후에는 S&P500이 약 18% 급등했다. 지난 8일 “지금 당장 가서 주식을 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한 후에는 연초 이후 S&P500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래픽=박상훈

미 금융 뉴스 전문 사이트 시킹알파는 “올해 새 월가 속담은 ‘5월에 사서 잔치를 벌여라’”라고 14일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월가의 갑작스러운 반등과 격렬한 상승세에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당황하고 있다”며 “펀드 매니저들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전부터 미 주식에 대해 광범위한 숏(팔자)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올해는 “5월에 사고 잔치를 벌여라”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월가 격언은 주식 시장이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므로, 투자자들은 5월 초에 현금화한 뒤 가을에 하락장을 노려 다시 매수하라는 접근 방식이다.

그 유래에 대한 분석은 많다. 여름휴가철과 보너스 지급 시기 등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도 있고, 1929년 대공황과 1987년 블랙먼데이 같은 최악의 주가 폭락 발생 주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으로 부진한 여름철을 피하고, 저점인 가을에 들어가야 높은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LPL리서치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1950년 이후 S&P500의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가 1.8%로 다른 기간보다 가장 낮았다.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11월부터 4월까지(7.2%)와 비교하면 5.4%포인트 차이가 난다.

◇계절 효과 실종? 트럼프 입에 달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미국 주식시장은 트럼프 관세 충격으로 매도세를 경험했다가 최근 미·중 관세 휴전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야후파이낸스는 “시장이 계절적 요인보다는 미·중 무역 협상과 같은 지정학적 요인들에 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예년과 다른 흐름은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기도 하다. FT는 “이러한 자금의 ‘역류’는 경기 급락 우려와 미국 정책 리스크를 우려해 미국 자산에 대해 신중하게 포지션을 잡아온 대형 자산 운용사와 기관 투자가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로버트 팁 PGIM 픽스트 인컴 글로벌 채권 대표는 “시장이 완전히 오프사이드(잘못된 방향)에 걸린 것 같다”면서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재조정하고 대거 청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FT는 “기관 투자가들의 광범위한 숏 베팅이 상승세를 더욱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했다. 숏 포지션을 잡은 트레이더들이 주식을 사서 숏 포지션을 청산하며 주가가 더 올랐다는 것이다.

앞서 기관 투자가들이 주식을 팔던 동안 미국 주식시장을 지탱한 것은 개미(개인 투자가)들이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4월 동안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가들은 최근 5월 상승세에 이익을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S&P500의 지난 한 달간 상승은 뉴욕 증시 정규 시간 동안 집중됐는데, 이는 개인 투자가들이 가장 활발히 거래하는 시간대”라고 했다. 반면 기관 투자가들과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가 중심인 야간 시간대에는 수익률이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낙관론이 과도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앤드루 피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전략 책임자는 “정책 혼란이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에 입힌 피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도미닉 슈나이더 UBS 자산관리 부문의 글로벌 외환·원자재 부문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클지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