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모습./연합뉴스

이 기사는 2025년 4월 28일 13시 4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메리츠증권이 수천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미미한 수준으로만 적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홈플러스에 대한 대출을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부실채권)으로 분류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메리츠가 홈플러스에 대여한 자금은 충분히 회수 가능하다며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는데, 메리츠는 더 보수적으로 채권을 분류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이에 대한 부담을 충당금 대신 준비금으로 적립해 처리하기로 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을 대출했다. 이중 메리츠증권의 대출 규모가 6551억원으로 가장 크다. 나머지는 메리츠캐피탈과 메리츠화재가 각각 2808억원을 대출했다.

금융사의 여신자산은 크게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채권은 회수 가능성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달라지는데 정상여신은 채권액의 0.85%, 요주의 7%,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은 100%를 쌓아야 한다. 메리츠증권은 대손충당금 대신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해 해당 대출을 처리할 방침이다.

금융사는 규정에 따른 기준 금액보다 대손충당금이 적으면 그 차액을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다만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반면 대손준비금은 자본(이익잉여금)으로 처리된다. 메리츠증권이 이번 대출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 뒤 충당금 대신 준비금으로 처리하면서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는 셈이다.

메리츠가 집행한 홈플러스에 대한 대출은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상태이지만, 홈플러스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메리츠증권은 당장 담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해당 대출을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할 지에 주목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대손충당금 전입(개별 기준)은 480억원, 대손준비금 적립액은 81억원이었다.

그동안 메리츠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김상훈 메리츠금융지주 IR 상무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출에 대한 충당금은 실질적으로 디폴트가 났을 때 손실금액과 부도확률을 곱해서 얼마나 쌓을지 계산하거나, 감독 당국이 권고하는 바에 따라 쌓는다”며 “디폴트가 났을 때 부도에 따른 손실 우려가 있어야 충당금이 발생한다”고만 했었다. 즉 메리츠는 원금 회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해당 대출이 건전성 지표나 다른 유동성 지원 결정을 위축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을 고려하면 익스포저 규모가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고, 대출 실행 당시 결정된 금리에 이미 평가된 위험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메리츠가 홈플러스에 내준 대출은 총 1조2000억원인데, 메리츠가 언제든 처분할 수 있는 담보(점포) 가치는 작년 말 기준 4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메리츠의 대손충당금 미적립과 관련,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로부터 사재 출연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대출을 전액 회수하고 말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