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한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당이 핵심 경제 공약으로 주식시장 활성화와 모험자본 육성을 강조하면서 국내 증권사가 정책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당이 증시 활성화를 통해 가계 자산 소득을 확대하고 국내 산업과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커지고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증권주가 큰 폭 상승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 등 상장 증권사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올 들어 30.6%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8.7%)을 앞질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뉴스1

최근 증권 업계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앞으로 증권사는 돈을 더 벌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양당이 자본시장 활성화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다르지만, 주식시장을 활성화해 중산층의 자산 소득을 높이고, 국내 산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증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공약은 상장사가 배당을 확대하도록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배당 성향이 35%를 넘는 상장 법인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배당 성향이 높으면 배당소득세를 낮추거나, 배당 성향이 낮은 곳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제3의 월급’이라는 배당소득을 확대하기 위해 아예 배당 소득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5000만원까지는 배당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5000만원을 넘길 경우 20% 분리 과세한다는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가 배당 확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상장사가 배당을 확대하면 증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증시 활성화를 강조하며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는데 이때 “코스피 지수가 4000~5000선까지 올라야 국부가 늘어난다”고 했다.

증시 활성화는 곧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증권사의 또 다른 수익원인 IB 사업이 확장될 여지도 크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의 외형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투자계좌(IMA)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하반기 IMA 사업자 신청을 받아 연내 지정을 완료하면 올해 ‘1호 IMA 사업자’가 나올 수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자격을 갖췄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해당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증권사의 체급을 키워 IB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 방향은 큰 틀에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B 강화는 부동산에서 기업으로의 자금 이동과 미래 성장 동력 확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여야 가리지 않은 공통된 화두라며 “대선 이후에도 발행어음과 IMA 신사업을 통한 기업금융 외형 확대를 위한 정책 동력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라고 했다.

국내 자본시장이 성숙하면서 은행보다 증권사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증권사의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IB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은 한 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 정책 과제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인데, 이런 역할은 은행의 안정적인 대출을 통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증권사의 역할”이라며 “IB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은 변화의 흐름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