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애플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애플 주가는 지난달 17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가 이달 200달러를 넘어서며 회복세다. 알파벳 역시 지난 7일 인공지능(AI)이 기존 검색 엔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론에 7% 넘게 급락했지만, 이후 저가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8일(결제일 기준 5~12일)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은 알파벳 클래스A로 집계됐다. 이 기간 투자자들은 알파벳을 약 121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애플은 1182억원으로 2위다. 연초 순매수 1위 자리를 지켰던 테슬라는 이달 들어선 18위(185억원)로 밀렸다.

올해 3월만 해도 애플과 알파벳은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지난달 각각 8위(1737억원), 22위(498억원)에 오르며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알파벳 매수액이 2배 넘게 급증했다.

애플의 경우 주가가 올해 초 240달러대였다. 하지만 미·중 관세 갈등 격화에 따른 고율 관세 우려가 커지며 지난달 8일 172.42달러로 급락했다. 애플은 중국 생산 비중이 높다. 투자자들은 이 시기부터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알파벳 역시 연초 190달러대에서 지난달 8일 146.5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150달러대로 다시 올라섰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 책임자인 에디 큐 부사장이 알파벳의 독점 해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AI 기반 검색이 결국 구글과 같은 표준 검색 엔진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 여파로 알파벳 주가가 이달 7일 급락했는데, 이때 투자자들이 62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여기에 전날 미국과 중국의 파격적인 관세 합의 소식과 함께 애플이 올가을 출시하는 아이폰 라인업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간밤 이 회사 주가는 6% 넘게 급등했다. 알파벳은 3% 넘게 오르며 160달러를 눈앞에 두고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두 종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전날 애플 목표가로 235달러를 제시하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내달 개최되는 세계 개발자 회의(WWDC) 등의 이벤트가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대다수 부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펜타닐 관세 20%가 여전한 점은 부담이지만, 가격 인상으로 이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에버코어ISI는 지난 7일의 알파벳 주가 급락이 과도했고, 이는 매수 기회라며 목표가 205달러를 유지했다. 현재 애플의 월가 애널리스트 평균 12개월 목표가는 228.65달러, 알파벳은 197.69달러다.

국내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애플 AI 플랫폼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진전이 적다며 내달 신규 AI 기능 발표 전까지 보수적인 접근을 추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알파벳에 대해 가격 대비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매력이 있다면서도 반독점 소송의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투자 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