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EDC 코리아 페스티벌

“인천의 딸 패기 구입니다.”

지난 26일 인천 인스파이어에서 열린 EDC 코리아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DJ 페기 구(김민지·34)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5위, 전 세계 Top 100 DJs 차트 9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의 화려한 금의환향이었습니다. 그녀의 대표곡 ‘(잇 고즈 라이크) 나나나’가 나오자 모두가 “나~나 나나나나” 떼창을 불렀습니다.

그녀가 고향 인천에서 오른 이 무대는 올해로 34년 된 북미 최대 EDM(전자음악) 페스티벌 EDC KOREA입니다. 아티스트만 91명, 관객 수 5만 명의 대형 페스티벌입니다. 이 페스티벌 라이선스를 사와 한국에서 개최한 사람은 홍콩에서 자라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루피 황 원펄스 이벤트 창업자입니다.

루피 황 원펄스 대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황 대표를 부르는 별명은 ‘한류의 미다스손’입니다. 원래 홍콩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이벤트 제작자로 변신해 SBS예능 ‘걷지 말고 뛰어라, 런닝맨’의 중화권 콘서트를 열며 K예능 한류를 주도합니다. 이후 그룹 ‘티아라’, 배우 김우빈 등의 중국 활동의 가교활동을 합니다. 그 공으로 골든디스크 시상자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이후에는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이브·에스파·악뮤 등이 출연한 ‘크레이지 K팝 슈퍼 콘서트’ 등을 개최하며 미국 내 K팝 저변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왜 그러는 것일까요? 그리고 수익을 내기 어려운 페스티벌 사업을 운영하는 것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53번째 이야기입니다.

<1>가수의 꿈 실패로 무대에서 기회를 찾다

-원래 꿈은?

“가수였다. 라디오 DJ 등 방송활동을 하면서 가수 준비를 했으나, 기획사 사정으로 흐지부지됐다. 그런 경험을 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굉장히 많은 끼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그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처음으로 기획한 행사는?

“초창기에는 중국 가수들 콘서트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내 커리어의 시발점이 된 것은 한국 예능 ‘런닝맨, 걷지말고 뛰어라’의 중화권 콘서트였다. 출연자인 김종국·이광수 등과 공연장에서 노래도 하고 대담도 한다. 현지 반응이 너무 좋아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여러 지역 등에서 순회공연을 가졌다. 그 아시아 투어는 런닝맨이 대표적인 한류 예능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였다. 그때부터 인기 예능프로그램들은 공연식 팬 미팅 아시아 투어를 시작하기도 했다. 예능인들이 전용기 타고 중국으로 가 콘서트하던 시대가 시작됐다.”

-어떻게 예능으로 콘서트를 할 생각을 했나.

“런닝맨을 보는데 멤버들끼리 시너지가 너무 좋았다. 이런 좋은 기운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면 어떨까 싶었다. 출연자 중 상당수가 가수라 콘서트도 가능했다. 런닝맨을 계기로 한국 연예인들의 중화권 매니지먼트도 담당하게 됐다. 그룹 ‘티아라’를 중국 진출시켜,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하게 만든 것도 우리다.”

<2>코로나로 힘들자, 기회 찾아 미국으로

EDC의 페기구

-페스티벌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코로나 시기, 중국에서 활동 반경이 줄어들었다. 음악 관련된 활동 기회를 찾아보기 위해 미국을 갔다. 미국 문화에 대해 잘 몰라, 미 전역에 있는 각종 페스티벌부터 다녔다. 그러면서 느꼈다. ‘페스티벌이라는 형식 자체가 공연의 가장 완벽한, 완성된 포맷이구나’. 페스티벌은 티켓 수익도 있고, 아티스트의 MD(굿즈) 상품 판매도 있고, F&B(음식과 음료) 판매도 있다. VIP들을 위해서는 이동부터 숙박까지 전방위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발생하는 수익도 있다. 가장 완벽한 공연의 형태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포맷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티벌 얼마나 봤나.

“아내는 성인이 될 때부터 다녔다. 아마 100회가 넘었을 것이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40회 정도 갔다. 아내와는 미국 EDC에서 만났다. 그 후 우리는 같이 많은 페스티벌을 다녔다.”

-미국에서 원펄스를 창업한 후 개최한 페스티벌 수는?

“25회 정도 된다.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아프로젝 등을 초대한 ‘윈터 페스티벌’, ‘스프링 페스티벌’ 같은 EDM(전자음악) 페스티벌, 두 번째는 아이브·에스파 등이 출연한 ‘크레이지 K팝 슈퍼 콘서트’, 태국 송크란 축제기간에 열리는 세계 5대 여름 페스티벌 ‘S20페스티벌’도 미국에서 개최했다. 물총을 쏘며 음악 듣고 노는 현장에 미국인들이 감탄했었다.”

-페스티벌 사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믿음이다. 이 사람 축제에 가면 무조건 재미있을 것이라는 관객과의 믿음. 두 번째는 이 사람이 기획한 무대는 최상의 조건일 것이라는 뮤지션들과의 믿음. 페스티벌은 많은 뮤지션들이 많은 관객과 만나는 자리다. 이런 믿음 없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는 어렵다.”

<3>한국을 아시아 페스티벌의 성지로

EDC코리아에서 팬들과 교감하고 있는 스티브 아오키

-미국 EDC 라이선스를 구입해 한국에서 개최하는 이유는?

“나는 한국 아티스트와 관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재능을 가진 K팝 아티스트들이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쉬워 중국과 미국으로 알렸고, 성공했다. 이제 K팝은 외부로 알리는 단계는 지났다. 오히려 K팝과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들이 흥겹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한국에서 페스티벌은 수익이 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장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국에서 3000명, 태국에서 500명, 일본과 대만에서도 많이 온다. 이렇게 아시아 전역에서 음악팬들이 몰려드는, 한국을 아시아 페스티벌의 성지로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한국에서 EDM 장르는 비주류로 분류되는데.

“그렇지 않다. 과거 클론·이정현부터 최근 에스파의 ‘위플래시’까지 EDM의 요소들은 이미 K팝에 녹아 있다. 한국의 음악 트렌드는 늘 아시아 시장을 선두해왔다. 그러나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페스티벌 같은 대형 행사들이 성공하기 어려웠다. 우린 이런 K페스티벌을 아시아 음악팬들이 모이는 자리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페스티벌에서는 가수도 DJ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다. 전 세계 어느 페스티벌을 가나 한국인이 있었고, 노는 거에 있어서는 한국 관객이 최고였다. 해외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도 관객과의 교감이 최고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K팝은 이제 고점을 찍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 내에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 건 엄마들이 자기 자식을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것과 같다. 내 자식은 못하는 것만 보인다. 제가 봤을 때 K팝은 아직도 훌륭하고 인기 있는 콘텐츠다. 10년 전부터 K팝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공연과 응원봉을 흔들며 떼창하는 K팝 팬들의 문화까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유명 페스티벌에 K팝 가수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만큼 대중성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