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조선 빅3’ 가운데 환헤지(Hedge·위험회피) 100%를 고수한 삼성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척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을 건조해 판매하는 조선사는 달러로 대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데 환율에 대한 국내 조선사의 대응은 다소 다르다. 삼성중공업은 100% 환헤지 전략을 쓰는 반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우 환헤지 비율이 7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조선업종 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조선사들의 다른 환헤지 전략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이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달 환율이 급락하면서 판세는 삼성중공업에 유리해진 상황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올해(지난 2일 종가 기준) 27.04% 올랐다. 코스피지수 상승률(6.71%)보다 높았다. 다만 같은 기간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의 주가 상승률이 각각 108.73%, 41.35%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일차적 원인은 삼성중공업이 수상함·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특수선 사업을 하지 않는 점이 꼽힌다. 그만큼 한미 간 조선 분야 협력 기대감 측면에서 삼성중공업이 약했다.
환헤지 전략 차이도 주가를 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환헤지란 환율 변화에 따른 자산 가격 변동에 대비해 환헤지 계약 시점의 환율로 고정하는 것을 뜻한다. 삼성중공업은 환헤지 비율이 100% 수준을 유지한 반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70% 안팎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의 특성상 환헤지 계약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필수다. 대다수 고객인 해외 선주가 달러로 계약하고 건조 대금도 계약금부터 중도금, 인도대금까지 길게는 3~4년에 걸쳐 받기 때문이다.
대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환헤지 비율을 조정해 원·달러 환율 상승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분기(1~3월) 평균 1453원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4%가량 높았다.
환헤지 전략의 차이는 영업이익률(영업이익 ÷ 매출) 격차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4.9%로 집계됐다. 일회성 비용인 특별격려금 290억원을 고려해도 6.1% 수준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사업 부문과 엔진 사업 등을 제외하고도 영업이익률이 각각 8.4%, 12.4%였다.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상선 부문에서 300억원가량의 환차익을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삼성중공업의 환헤지 100%가 빛을 볼 가능성이 생겼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개장 직후 1380원을 기록하면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내림세가 이어지면 환헤지 비율이 높은 삼성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이익 방어력이 좋아진다.
다만 환율이 조선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도 분명하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직후인 7일 주가 상승률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삼성중공업을 웃돌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원팀’을 꾸려 캐나다 잠수함 교체 사업에 공동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주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이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건조 능력 등의 차이를 좁혀야 하는 과제도 있다. 예를 들어 삼성중공업은 컨테이너선 5척의 인도 시점을 올해 4월에서 8월로 늦췄지만, HD현대중공업은 초대형 액화석유가스운반선(VLGC) 2척의 인도 시점을 2027년 11월에서 같은 해 8월로 앞당겼다.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계약이 삼성중공업 주가를 움직일 핵심 요인으로 본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바다 위의 LNG 공장’으로 불리는 FLNG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조선사의 드라마틱한 이익 개선 흐름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중공업이 경쟁사와 시차는 있겠지만, 성장 기대만은 확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