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엔터테인먼트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수출 업종 중 유일하게 미국발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주요 엔터테인먼트사의 경우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도 기대돼 주가 상승 기대가 커졌다.

지난 한 달간(3월28일 ~ 4월30일) 국내 엔터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ACE KPOP포커스’ ETF(11.5%), ‘HANARO Fn K-POP&미디어’(10.47%), ‘TIGER 미디어컨텐츠’(10.5%)가 모두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94% 하락하고, 코스닥지수는 1.38% 상승했다.

2022년 3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하이브 제공

이들 ETF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대형 엔터사 주가가 큰 폭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엔터 4사인 에스엠(15.79%), JYP엔터테인먼트(12.88%), 하이브(11.01%), 와이지엔터테인먼트(5.67%)는 미국발 증시 폭락에도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최근 에스엠의 자회사로 편입된 팬소통 플랫폼인 디어유(16.25%) 주가도 급등했다.

최근 대형 엔터주가 관심받은 것은 중국의 한한령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신호들이 포착된 결과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한국과 문화 교류·협력을 전개하는 데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단 걸 강조하고 싶다”면서 “한국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9년 만에 한국 아이돌의 현지 단독 콘서트도 성사됐다. 멤버 전원이 한국 국적인 K-팝 아이돌 ‘이펙스’는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상업 공연’에 대한 허가를 받아 이달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는 9월엔 중국 하이난성 스타디움에서 약 4만명 규모의 K-팝 공연인 ‘드림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한국 국적 가수들의 활동이 제한받아 온 가운데 최근 대규모 현지 공연이 성사되면서 중국 시장 개방이 얼마 남지 않았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한한령 해제로 국내 가수의 중국 시장 진출이 이뤄질 경우 관련 엔터주 주가가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엔터 업종의 역사적인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멀티플) 상단을 적용 해도 무리가 없는 시장 상황”이라며 “코스닥 대비 업종의 프리미엄이 과거 대비 크게 회복되지 않았음을 고려해보면 여전히 주가는 매력적인 구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이익에 비해 얼마나 높은 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업의 성장성이 높을수록 더 높은 PER이 적용된다. 중국 시장 진출로 엔터 업종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더 높은 주가를 받아들일 수 있단 의미다. 지난달 삼성·유안타·유진투자증권은 에스엠·와이지엔터테인먼트·하이브에 대한 목표 주가를 모두 올려 잡았다.

시장에선 단가가 높은 공연과 MD사업이 이들 업체에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중국 시장이 열리면 공연 부문 매출이 연간 최소 20%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매출액 대비 최소 30% 수준의 투어 MD 판매 실적만 추가해도 대형 엔터사 실적이 15% 이상 상향 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

블랙핑크의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콘서트 현장 모습./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엔터 4사가 하반기 뚜렷한 실적 개선 요인을 앞두고 있단 점도 긍정적이다. 에스엠은 올해 2분기(4~6월)부터 계열사 중 이익률이 가장 높은 팬소통 플랫폼 ‘디어유’의 실적이 연결 실적에 편입될 예정이다. 장지혜 DS증권 연구원은 “SM의 저연차 IP(지식재산권)가 디어유에 추가되면서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 증가와 함께 국내외 팬덤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며 “디어유는 지난해 중국의 텐센트엔터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만큼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대형 엔터사 실적을 견인하는 대표 아티스트들의 활동도 예정돼 있다. 하이브는 올해 하반기 BTS(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을 앞두고 있다. 와이지엔터테인트의 대표 가수인 블랙핑크는 올해 7월부터 18회차 규모의 월드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 BTS의 완전체 컴백 이후 향후 2년간 1배 이상의 증익 사이클이 예상된다”면서 시가총액 약 15조원(주당 35만원)까지 강한 매수를 추천했다. 하이브의 전 거래일 종가는 26만7000원이다.

아울러 미·중 갈등이 극대화할수록 중국이 미국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를 확대할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 정세가 K-팝 엔터 산업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관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한·중 문화 교류의 수혜를 얻을 전망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