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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퇴사한 박씨는 퇴직금을 금리가 높을 때 분산 투자해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연간 약 3000만원 받아 생활비로 쓰고 있다. 소득이 있을 때마다 은행과 증권사에서 세율 15.4%로 원천징수했기 때문에 더 낼 세금은 없었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작년 초부터 국민연금을 매달 150만원가량 받는데, 국민연금 수령액이 종합소득 과세 대상이 돼 5월 말까지 세금을 약 50만원 더 내야 한다고 안내를 받은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공적 연금 소득은 합산과세

세법상 돈을 넣을 당시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 신고에서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나중에 돈을 수령할 때는 그 금액을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는 것이 원칙이다. 즉 월급에서 국민연금·공무원연금·교직원연금 등의 연금보험료를 냈다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지만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연금 소득’으로 분류돼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다만 공적 연금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가 시작된 때는 2002년이다. 따라서 현재 연금을 수령하더라도 전체 금액이 과세되는 것이 아니라, 2002년 이후 낸 부분만 과세 대상으로 본다. 이 과세 대상 연금 소득은 해당 연금공단에서 간이 세액표에 따라 원천징수하여 지급한다.

공적 연금 소득 외에 다른 종합소득이 없는 경우, 연금공단의 원천징수로 과세가 끝이므로 따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소득과 함께 금융소득·근로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합산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선 사례의 박씨처럼 금융 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공적 연금 소득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이를 합산하여 신고해야 한다. 이는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같이 적용한다. 공적 연금 소득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종합과세되면 전체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연금 소득에는 비교적 큰 연금 소득공제가 적용되고, 이미 일정 금액이 원천징수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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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없는 기간은 꼭 서류 제출해야

소득이 없는 해에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는 당시 소득공제를 받지 않았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금 수령을 시작하기 전에 관련 서류를 연금공단에 제출해야만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으므로 잘 챙겨야 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60세 이전 퇴직 후 지역 가입자로 전환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했거나,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학생, 군 복무자가 임의 가입자로 가입한 경우 등이 있다. 이들은 납부 당시 소득공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연금 수령 시점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 해당되는 사람은 연금 개시 전에 반드시 국세청에서 ‘연금 보험료 등 소득·세액공제 확인서’를 발급받아 연금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연금 보험료 등 소득·세액공제 확인서’를 발급받고자 한다면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에서 출력하거나, 가까운 세무서 민원 봉사실을 방문하면 된다.

◇공적 연금 소득에 건강보험료 부과

세법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보험료 납부 시 소득공제를 받지 않은 경우, 연금 수령 시 해당 금액을 소득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과세 대상에도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은 이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공적 연금 수령액 전액을 무조건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정주부가 소득이 없는 기간에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는 연금 수령 시 세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건강보험료는 부과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는 소득공제를 받지 않아 ‘소득’이 아닌 금액까지도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득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 공적 연금 소득까지 건강보험료 산정에 포함하는 현행 시행령은 비합리적이며, 빠르게 개선해야 할 제도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에는 비과세 소득이 유리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공적 연금 수령 시기에 다른 소득이 있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건강보험료도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에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 없이 수령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답은 ‘비과세 소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비과세 소득의 종류는 많지 않다. 대표적 비과세 금융 소득은 △비과세 종합 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협·새마을금고 등의 조합원 출자금 및 예탁금 △장기 저축성 보험 등이 있다. 이 상품들은 가입 조건과 한도에 제약이 있지만, 여유가 있다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노후에 유리하다.

비과세 임대 소득도 있다. 부부 합산 1주택자가 공시 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을 임대할 경우, 월세 수입은 전액 비과세된다. 또, 비과세 사업소득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작물 재배업 소득은 연간 10억원까지, 식량 작물 재배업 소득은 한도 없이 전액 비과세된다.

또 부동산 양도소득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비과세 △일시적 2주택자의 3년 이내 양도 비과세 △동거 봉양을 위한 합가 시 2주택 보유의 10년 이내 양도 비과세 같은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