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분양가와 당첨에 대한 낮은 기대 때문에 꾸준히 하락하던 청약 통장 가입자 수가 2년 9개월 만에 깜짝 증가했다. 정부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혜택을 확대하고,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겹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 청약 통장 가입자 수는 2643만8085명으로 한 달 전(2643만3650명)보다 4435명 늘었다. 지난해 3월(2697만4032명)과 비교하면 53만5947명 줄어든 수치로, 2년 전인 2023년 3월(2754만1061명)보다는 110만2976명 적다.

그래픽=양인성

청약 통장 가입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 따라 아파트 청약 붐이 일어나면서 2022년 6월에는 2859만9279명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건축 관련 비용이 치솟고,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의 경우 84점 만점에 72점은 돼야 당첨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당첨 가점 하한선(커트라인)이 오르면서 당첨 기대가 크게 낮아지자, 가입자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정부가 각종 혜택을 확대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작년 2월 출시한 ‘청년 주택 드림 청약 통장’과 연계한 대출 상품인 ‘청년 주택 드림 대출’을 지난 18일 출시했는데, 이 통장을 이용해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의 경우 최대 80%(3억원 한도)까지 2%대라는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또 지난해 신혼부부 대상 청약 혜택 확대도 청약 가입자 수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신생아가 있는 가구는 공공 분양 시 일반 공급의 절반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또 민영주택 분양 시 신혼부부 특별 공급 비율이 기존 18%에서 23%로 늘었고, 신생아 우선 공급 비율은 20%에서 35%로 올랐다.

이 밖에 올해 본청약을 앞둔 3기 신도시(경기 고양 창릉·부천 대장·하남 교산·남양주 왕숙 등)에 대한 기대감도 가입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기 신도시에서 올해만 총 8000가구 정도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심리가 개선되고 있지만, 추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추이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