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금리 하락기지만 올해 하반기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자금 대출 보증 비율을 낮추는 방안은 시기가 앞당겨져 올해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고, 7월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당국의 가계 대출 관리 기조에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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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출 까다로워진다

다음 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의 전세 대출 보증 비율이 기존 100%에서 90%로 내려간다. 원래 7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두 달 앞당긴 것이다. 전세 대출 보증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전세 대출을 받을 때 보증보험 기관이 이를 보증하는 상품이다. 이번에 두 기관이 보증 비율을 낮추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HF)를 포함한 3대 보증 기관의 보증 비율이 모두 90%가 됐다.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금융기관이 떠안는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대출 심사도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전세 대출 1억원을 받을 때, 기존에는 보증보험 기관이 1억원 모두를 보증했다면 앞으로는 9000만원만 보증하게 되는 것이다. 은행은 차액인 1000만원만큼 리스크가 생기므로, 상환 능력을 좀 더 깐깐히 볼 수밖에 없다.

6월부터 HUG는 전세금 안심 대출 보증 심사 때 임차인의 상환 능력을 반영하는 정책도 시행한다. 기존에는 전세 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수도권 4억원, 그 외 지역은 3억2000만원까지 보증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보증 한도 산정 기준에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소득, 기존 대출 등 상환 능력 항목을 추가한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작

7월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도입될 예정이다. DSR은 한 사람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소득 중에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이는 돈의 비율을 뜻한다.

스트레스 DSR은 지금은 금리가 낮지만 나중에 금리가 올라 원리금이 늘어날 수도 있으니 이를 미리 감안해 대출 한도를 줄여 놓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출자가 실제 돈을 빌린 실행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정한다. 대출자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스트레스 금리까지 적용돼 금리가 높게 산정되면 갚아야 하는 연간 이자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변동 금리 대출 한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작년 2월 은행권 주담대에 0.38%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1단계, 작년 9월 2단계를 시행했다. 2단계에서는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 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수도권 1.2%, 비수도권 0.75% 스트레스 금리를 붙였다.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에서는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와 신용 대출, 기타 대출에 1.5%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평균 5000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스트레스 금리 수준은 다음 달 중 발표 예정이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다주택자와 고소득자일수록 대출 가능액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인 경우 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 변동 금리 적용 시 현행 최대 6억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DSR 3단계 적용 시에는 5억5600만원으로 5000만원가량 한도가 줄어든다.

◇대출 문턱 높이는 은행

은행들의 자체적인 가계 부채 관리책이 대출 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서울 지역의 조건부 전세 자금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말부터 서울 지역 유주택자의 구입 목적 주담대 및 조건부 전세 자금 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이달 10일부터는 전세 대출의 다자녀 가구 고객 우대 금리를 줄여 사실상 대출 금리를 높였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를 중단했고, 이달 3일부터는 1주택자의 서울 지역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도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23일부터 HUG가 보증하는 안심 전세 대출 대상을 아파트로만 한정할 예정이다. 올 들어 가계 대출이 급증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은행들이 전세 대출 문턱마저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