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기반 건설사인 계룡건설 주가는 지난 20일과 21일 연속 가격 제한 폭(30%)까지 치솟았다.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경선 후보 전원이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자 관련 공사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3일엔 주가가 20% 넘게 고꾸라졌다. “이재명 후보가 헌법을 고쳐서까지 세종으로 천도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한다더라”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리엔트정공은 이 후보가 청년 시절 이 회사 계열사(오리엔트시계)에서 근무했던 이력 때문에 ‘원조 이재명 테마주’로 꼽힌다. 황당한 것은 오리엔탈정공이다. 이 회사는 오리엔트정공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많은 개미 투자자가 헷갈려 매수 주문을 내곤 해서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 종목 온라인 토론방에는 “여기가 거긴가요?”, “오리엔트정공하고는 다른 회사인가요?”, “이재명주라고 해서 매수했는데 이게 뭐죠” 같은 글이 아직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최근 12거래일 중 10거래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상지건설은 지금은 회사를 그만둔 옛 사외이사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주가가 불이 났다.

‘한동훈 테마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대상홀딩스는 더 황당하다. ‘배우 이정재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친함’→’이정재는 대상홀딩스 임세령 부회장과 오랜 연인 사이’라는 연결고리다. 흥국화재 우선주는 그룹 오너가 이재명 후보와 같은 경주 이씨라는 이유로 개미들이 달려들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2년 대선 때 들썩거린 정치 테마주 83종목을 분석한 결과, 44%는 기업 경영진과 후보가 공통 지인을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경영진과 사적 인연(18%), 학연(16%), 종친(6%), 지연(5%) 등 해당 기업의 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치 테마주들은 과거 대통령 선거 사례를 보면 결국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관측됐다”고 말했다. 18대, 19대 대선에서 정치 테마주의 움직임을 지수화해 살펴본 결과, 선거 13~24거래일 전부터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결말을 맞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