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미국발 관세 전쟁에 흔들리고 있지만, 인도 증시는 큰 폭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를 피해 생산 시설을 둘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 국가로 부각된 영향이다. 인도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대신할 ‘포스트 차이나’ 국가로 꼽히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인도 증시가 조정을 받은 뒤 적절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을 찾아가면서 지금이 인도에 투자할 적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인도에 투자할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 ETF는 출시 이후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한 달간(3월 21일~4월 22일) 인도 니프티50 지수는 약 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5.71%), 미국 나스닥지수(-8.9%), 일본 닛케이 지수(-9%), 중국 항셍지수(-8.9%), 베트남 VN지수(-9.4%)가 일제히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인도 증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인도는 중국과 베트남을 대체할 신흥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인도에서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는 미국이 제시한 최우선 협상 대상국 5개 중 하나로, 신흥국 중에선 유일하다. 현재 인도에 적용된 상호 관세율은 26%로 높지만, 조기 합의 가능성이 높단 전망이 나온다. 벤스 미국 부통령은 오는 24일까지 인도를 방문해 모디 인도 총리와 관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 “인도에서는 미국과의 조기 협상 타결로 관세 부담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주 산업별 무역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다음 달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라고 보도했다.
반면 현재 인도와 함께 주요 제조 기지로 언급되는 베트남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돼 온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율을 부과했다. 이는 캄보디아(49%)와 라오스(48%)에 이어 최고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베트남 대신 인도에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인도 내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며 “만일 인도가 베트남 등 경쟁국보다 먼저 관세 협상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제조 허브로서 매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적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인도 경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2.3%로, 베트남(25%)과 멕시코(27%) 등 주요 신흥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투자자들은 인도 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부담이 완화된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인도 증시는 9% 가까이 상승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에 투자하고 싶어도 주가가 너무 올라 진입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초 중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중국과 대체 관계에 있는 인도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인도 증시가 조정을 받았다. 인도 증시의 고평가 논란이 일단락된 셈이다. 현재 인도 니프티5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8.5배로, 지난 10년간의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PER 23배에서 크게 낮아져 투자자 부담을 덜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도의 낮아진 밸류에이션 부담과 미국에 대한 낮은 수출 의존도, 공급망 재편 수혜 등이 인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며 “인도 주식시장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ETF를 통한 종합적 접근이 의미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인도 관련 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KB자산운용은 인도 디지털 산업에 투자하는 ‘RISE 인도디지털성장’ ETF를, 지난 8일 삼성자산운용은 인도의 중소형 우량주에 직접 투자하는 ‘KODEX 인도 니프티 미드캡 100’ ETF를 상장했다.
상장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두 상품 수익률은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 일주일간 ‘KODEX인도니프티미드캠100’ ETF(6.26%), ‘RISE인도디지털성장’ ETF(5.49%)의 수익률은 각각 전체 ETF 수익률 중 8위, 10위를 기록했다.